가장 먼저 발걸음 한 곳은 양궁장. 양궁은 지금까지 하계올림픽에서 총 19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다. 연습장에 들어서니 추위를 피하기 위해 실내외 경계가 비닐로 막혀 있었다. 화살이 날아갈 구멍만 뚫어놓은 상태였다. 비닐을 마주 보고 10여 명의 선수가 나란히 섰다.
"팽" 활 시위를 놓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구멍을 통과한 화살이 순식간에 70m 거리를 날아가 표적에 꽂혔다. 이어 활 시위 당겼다 놓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문형철(58) 양궁 대표팀 감독은 "한 사람당 하루에 400~500발씩 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기록을 확인하며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갔다. 김우진(24)은 "중간 중간 다른 선수들과 게임도 한다. 경기 감각을 높이고, 집중력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도 남자 선수들 간에 내기가 펼쳐졌다. 9발의 화살을 쏜 뒤 10점에 많이 적중시키지 못한 사람이 대표로 과녁판에 가 다른 선수의 화살까지 뽑아오기로 했다.
"몇 개 못 맞혔어?" "2개." 망원경으로 과녁을 보는 궁사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최승실(50) 남자 대표팀 코치는 "대부분 정중앙에 화살을 맞히기 때문에 10점 밖으로 한두 개만 넘어가도 내기에서 진다"며 웃었다.
쟁쟁한 인물들이 모여 있다 보니 태극마크를 향한 경쟁도 치열하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기보배(28)도 리우행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실력이 워낙 좋잖아요. 지금은 메달 획득이 아닌 최종 선발전만 생각하며 하루 7~8시간 연습하고 있어요." 문 감독은 "4월 말 올림픽 최종 멤버 6명이 결정된다"고 했다. "이때부턴 연습이 비공개로 이뤄져요. 한국 양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정보 노출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