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원릉(경기 구리 동구릉로 197)에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가 잠들어 있다. 건원릉의 기본적인 구조는 고려시대 현릉·정릉을 따르고 있으나 몇 가지 변화를 통해 새 왕조가 시작됐음을 나타냈다. 사각이 아닌 팔각형 모양의 장명등(불을 밝힐 수 있도록 돌로 만들어 세운 등)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팔각 장명등은 사각 장명등에 비해 장식 요소가 많아 상대적으로 화려하게 조각된다. 이전까지 왕릉에는 세우지 않았던 신도비도 세웠다. 신도비는 죽은 사람의 업적을 기록해 묘 앞에 세운 비다.
건원릉에는 특별한 점이 또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다른 왕릉과 달리 긴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것이다. 이는 잔디 대신 억새를 심었기 때문이다. 고향을 그리워했던 태조는 함흥의 억새로 무덤을 덮으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들인 태종은 아버지 뜻대로 함흥의 억새를 가져다 무덤에 덮었다. 보통 다른 왕들의 무덤은 5월부터 9월까지 5~7차례 잔디를 손보지만, 억새는 자주 손질하면 죽을 수도 있어 일 년에 단 한 차례 풀베기를 한다.
"선조의 '목릉', 반드시 옮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