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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外高의 몰락

2016/02/12 03:00:04

우수 학생들이 몰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절대 강자로 통하던 외국어고(외고)가 최근 10년 새 하향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부상하면서 그 자리를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본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입수한 '최근 10년간(2005~2015학년도) 수능 성적 원(原)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이과 수능 상위 각 5000등 이내(서울 최상위권대 합격 가능 수준)에 드는 학생을 많이 내는 상위 10개교에 외고는 2005학년도엔 8곳이 이름을 올렸지만, 2015학년도엔 단 2곳(대원외고·안양외고)만 남았다. 이번 분석은 10년간 수능 시험에 응시한 654만여명의 국어·영어·수학·탐구 과목 점수를 토대로 산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고 죽이기' 정책에 시동이 걸린 뒤 이명박 정부 때 외고의 학생 선발권을 축소하는 등의 정책이 이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수능 성적 부동의 1위였던 대원외고는 2014년 자사고인 상산고에 밀려 2위로 내려왔고, 2015년엔 상산고·외대부고에 이어 3위로 밀렸다. 2005년 수능 성적 전국 10위 안에 들었던 한 외고는 2015학년도에는 80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이렇게 외고 성적이 하향세로 돌아선 반면 자사고 성적은 최근 두드러지게 올랐다. 2013학년도까지 수능 상위 문·이과 5000등까지 드는 학생을 많이 낸 상위 10개교는 1~2곳을 제외하고는 외고였지만, 2014학년도엔 자사고 4곳이 이름을 올렸고, 2015학년도엔 6곳으로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성적 기준으로 따진 명문고 판세가 외고 독주에서 자사고 부상으로 바뀌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원외고의 경우 문·이과 5000등 안에 드는 숫자가 2013학년도 344명에서 2014년엔 203명, 2015년에는 160명으로 계속 감소했다. 상위권 고교에서 외고가 차지했던 자리는 지난해 상산고·외대부고·휘문고·경신고·중동고·안산동산고 등 자사고와 수지고·숙명여고 등 일반고가 메웠다.

이런 결과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외고를 옥죄는 정책이 이어진 만큼 예상됐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한 전직 외고 교장은 "과거 외고 전성기 때보다 최근에 입학하는 학생들 성적이 떨어진다고 느꼈고 그 결과가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0년 외고 입시부터 다른 과목은 보지 않고 중학교 영어 내신과 면접으로만 학생을 뽑도록 선발 방식을 바꿨다.

외고에서는 '외고 탄압'이 지나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 지역 전직 외고 교장은 "외고는 인재를 모아 훌륭하게 교육한 요람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는데, 학생 수를 줄이고, 어문계 학과로만 진학하라는 식으로 각종 규제가 가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외고에 입학하려고 초등학생까지 토익·토플 시험을 보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기 때문에 외고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고의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억누르니 풍선효과로 자사고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지 않냐"면서 "근본적으로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교육 수요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교육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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