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자단 간담회에서 "제가 어린이집·유치원 가봤는데 거기서 이뤄지는 (누리과정) 교육이 똑같더라"고 했다. 유치원·어린이집 가릴 것 없이 누리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 말이긴 하지만, '똑같은 교육이 이뤄진다'는 이 부총리의 말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누리과정은 매년 4조원가량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취학 전 아동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고가 유치원과 평범한 유치원 사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 심지어 같은 유치원 안에서도 방과 후 수업 등을 듣느냐 마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質)이 크게 차이가 났다.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현재 누리과정 정책은 소득수준과 상관 없이 모두에게 29만원을 주는 식인데 (100만원짜리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부유층에게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지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차등 지원하는 방식까지 고려하는 등 판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과 유치원 사이 교육 격차는 부모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 본지가 유치원 알리미 등을 통해 전국 8930여 유치원 교육비를 분석한 결과, 유치원 학부모들이 누리과정 예산 지원금과는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서울의 W유치원은 월 78만원(1인당 교육비 107만원), 경기 E유치원은 월 5000원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유치원 1인당 교육비 상위 10곳은 모두 매달 교육비가 90만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도권에서 원비가 가장 비싼 서울 W유치원 학부모들은 정부 지원 이외에 매달 원비로 78만원(방과후비 포함)을 내야 한다. 이는 전국 사립 유치원 평균(21만4751원)의 4배쯤 되는 액수다. 익명을 요구한 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알리미에 원비를 기입할 때 주변 유치원들 눈치를 보면서 요령껏 넣는 경우가 많다"면서 "유치원 알리미상 교육비가 실제보다 적은 곳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