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에 위치한 방기초 김서영 교사의 집. 방학임에도 반 아이 4명이 선생님 댁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단순히 밥만 먹는 것이 아니다. 밥상머리 교육을 체험하는 중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식사를 함께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며 인성을 키워나가는 것을 말한다. 밥상머리 교육은 유대인들로부터 시작돼,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됐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밥상, 가장 기본적인 소통 공간
김서영 교사가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게 된 것은 2년 전. 어느 날 학교에서 결손가정의 아이가 집에 가지 않고 배회하는 것을 발견하고 집에 데려와 밥을 먹인 것이 시작이었다.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자, 아이가 제게 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집안 환경이나 고민도 스스럼없이 얘기했고요. 그 경험 덕분에 이후에도 그 아이를 대하기가 훨씬 쉬워졌어요. 밥을 함께 나눠 먹는다는 것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의외로 마음에 깊이 남는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종종 반 아이들을 집에 데려와 밥을 같이 먹었다.
"밥상은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공간이잖아요. 함께 먹는다는 공동의 경험, 사회생활의 기본을 배우게 되는 곳이기도 하죠. 과거 대가족제도였을 때는 나보다 윗사람이나 아랫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밥상에서 배웠는데, 요즘은 핵가족제도이다 보니 기본적인 것을 배우지 못하는 친구가 많아요. 밥상에서 배우는 가르침이 인성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확신했습니다."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를 체험한 김 교사는 다음해에 '선생님과 함께하는 밥상머리 인성교육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학급에서 실시하는 상벌점 프로그램의 우수자와 학급 내 위기학생(학교폭력 중점지도 학생, 심리 불안 학생 등) 중 담임교사 추천을 받은 3~4명이다. 이들은 선생님 댁을 방문해 1박 2일을 보내며 식사를 함께하고, 서로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 등을 가진다. 식사 시간에는 성적이나 가정환경 등의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일상적인 질문 위주로 대화를 나눈다. 밥상머리 교육으로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는 김 교사는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보여주면 자신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낸다"며 "특히 식사를 함께하면서 생긴 친밀감은 더욱 이것을 돕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