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대항전 체스대회는 내로라하는 초등 체스 고수들이 참가하는 권위 있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27개 학교 35팀 140명이 출전, 체스 최강 학교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대정초 역시 이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국학교대항전은 제게 정말 의미 있는 대회예요. 전 대회에선 팀 막내로 출전했는데, 이번엔 주장인 캡틴으로 나서게 됐거든요. 2014년에 일궈낸 우승 신화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얻자고 다짐했죠."(변민재 군)
대정초 체스팀은 학년의 합이 14학년으로 이번 대회에 참여한 모든 팀 중 가장 낮았지만 6학년 중심으로 구성된 다른 초등학교팀을 차례로 격파해 나갔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참가팀 중 유소년 국가대표 등 쟁쟁한 선수를 보유한 팀들과 맞붙게 된 것이다.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결과 모두 대정초가 승리했다. "민재 형이나 지성이 형, 혜윤이 누나는 전국학교대항전 출전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번이 처음이었답니다. 대전을 앞두고 많이 긴장했는데, 형, 누나들이 걱정하지 말라고 잘 다독여줘서 이길 수 있었어요."(천세혁 군)
4인 1팀 5라운드로 진행된 전국학교대항전에서 대정초는 총 18승 2패(팀 성적 5전 전승)를 기록,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2014년 대회에 이은 2연패였다. "다들 부둥켜안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4명 모두가 하나가 돼 잘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임혜윤 양)
대정초가 전국 최강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선수들의 꾸준한 노력과 연습 덕분이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체스에 문외한이었던 이들은 우연한 계기로 체스를 접하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갔다.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배웠어요. 그러다 체스란 걸 알게 됐고 묘한 매력에 빠졌죠. 생각의 폭이 더 넓어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체스를 배우게 됐고, 학교가 끝나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체스를 뒀답니다."(홍지성 군)
눈에 띌 정도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준 이들은 서로 다른 체스 플레이 스타일로 무장하며 대정초 전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줬다. 홍일점인 임혜윤 양은 상대방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주특기다. 홍지성 군 역시 자유자재로 기물을 넘나들 수 있는 '나이트'를 이용, 공격에 주력한다. 반대로 캡틴인 변민재 군은 방어 위주의 대전에 능하다. 이들을 지도한 브레인체스의 임용찬 원장은 "체스라는 것은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며 "대정초 선수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기를 주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귀띔했다.
막내인 천세혁 군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형적인 수비형인 천 군은 지난해 8월 아시아유소년체스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돼 좋은 성적을 거둔 데 이어 대한체스연맹회장배 체스대회 초등 최강부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FIDE(세계체스연맹) 레이팅에 동 연령별 세계 10위 안에 랭크되는 등 한국 체스계의 유망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정초 팀원들은 입을 모아 "세혁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본받을 게 정말 많은 동생"이라며 치켜세웠다.
대회 우승으로 전국 최강팀 자리에 오른 대정초 체스팀은 전국 대회를 넘어 더 큰 목표를 꿈꾸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세계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요. 그곳에서 다른 나라 친구들과 체스 실력을 겨룰 거예요.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실력을 갈고 닦아야겠죠? 앞으로도 대정초 체스팀의 활약 지켜봐 주세요!(웃음)"(변민재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