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을 못 낳으니 시름만 깊어지고"그런데 한씨의 가장 큰 시름은 따로 있었어. 아이가 생기지 않는단 거였지. 시어머니는 '어서 우리 가문의 대를 이을 손주들을 낳아다오' 하고 말했어.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질 않자,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몸이 약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성화였지. 첩을 들여서라도 손주를 봐야겠다는 말까지 나오게 됐어."
"첩? 첩이라면 딴 여자?" 깜짝 놀란 허영심의 입이 벌어졌다.
"그래, 원래 조선의 제도는 일부일처제, 즉 한 남편과 한 부인이 가정을 이루는 것이 기본이었어. 하지만 경우에 따라 남편이 본부인 외에 다른 여자를 맞아들이는 것도 허용했어. 이때 새로 들인 부인을 첩이라고 했어. 첩을 들인다는 말에 한씨 부인은 화가 치밀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칠거지악(七去之惡)에 대해 잘 알고 있었거든. 칠거지악이란 부인을 집에서 내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 죄를 말해. 그중에 자식을 못 낳는 일이 들어갔어. 또 남편과 다른 여자 사이를 질투하는 것,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 것, 말이 많은 것도 그 속에 들어갔거든.
거의 울상이 된 영심이 고개를 설설 흔들었다. "한씨 부인은 어떻게든 빨리 아이를, 그것도 가문의 대를 이을 아들을 낳고 싶었어. 그래서 밤마다 맑은 물을 떠 놓고 삼신할미에게 기도를 올렸어. 삼신할미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데려다 준다고 여겨졌던 신이야. 또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바위를 찾아다니기도 했지."
"그런다고 진짜 아들을 낳게 된대요?" "물론 아니지. 하지만! 한씨 부인은 얼마 뒤 정말로 아기를 갖게 됐어."
장하다가 서두르며 "그래서, 아들이었어요?" 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