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는 세상으로 나가서 하는 공부”
“이 기관차는 몇 마력(馬力·말 한 마리의 힘에 해당하는 일의 양)의 힘을 낼까요? 3700마력이에요. 우리가 흔히 보는 승용차가 150마력 정도니까, 이 기관차가 얼마나 힘이 센지 알겠죠?”
지난 27일 동대구역에 11명의 중학생이 모였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의 하나인 ‘일터 체험’을 하러 온 동변중학교(대구 북구 동변동) 1학년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이날 한국철도공사 직원의 안내로 동대구역사를 누비며 매표 같은 역무 업무와 기관차 정비 등 차량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이승민군은 “기차를 타기만 했을 뿐 역(驛)에서 직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한국철도공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게 됐고, 기관차에 직접 올라 시동을 걸어보는 등 흥미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대구백화점에 있는 오무선헤어살롱에서는 4명의 여학생이 ‘헤어 스타일링’ 실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에 웨이브를 넣을 때는 스타일링기를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세워서 움직여야 한다”는 유빛나 스타일리스트의 지도에 따라 서툰 솜씨로 친구의 머리를 만졌다. 이다인양은 “꿈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서 평소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며 “일터 체험을 통해 어떤 일을 하는지 미리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3년째 자유학기제를 운영 중인 동변중의 ‘일터 체험’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체험처를 골라 3일간 체험하는 형태다. 올해는 꿈꾸는 시어터, 한국철도공사, 현대백화점, 서변유치원 등 31개 체험처를 마련, 151명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주미 전문상담교사는 “학교에서 상담해 보면 자유학기제 실시 후 아이들이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등 큰 변화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학력 저하 등을 걱정하던 학부모 반응도 달라졌다. 김명희 교무부장은 “자유학기는 ‘노는 학기’가 아니라 책상에 앉아서만 하던 공부를 세상에 나와서 하는 것”이라며 “자유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처음 걱정과 달리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동변중은 일터 체험뿐 아니라 ‘미니 창업 교육’ ‘직장인 초청 특강’ 등 다양한 진로 탐색 교육을 하고 있다. 정유진양은 “창업 교육을 받은 후 친구들과 치즈스틱·솜사탕·팝콘 등을 직접 팔기도 했다”며 “큰 냉장고 박스를 자판기처럼 꾸미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돈을 받고 파는 아이디어를 냈더니, 판매 성과도 아주 좋았다”고 전했다. 동변중은 자유학기 성과가 2~3학년에도 이어지도록 ‘대학·학과 탐방’ 등 후속 프로그램까지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