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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선발 10년새 반토막… '수능 역전'은 옛말

2015/11/02 03:00:02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이 본격 도입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수시 모집은 수능 점수 이외에 학생부와 논술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2002년엔 수시와 정시 선발 비중이 각각 29%와 71%였다. 이후 정시 선발 비율이 매년 꾸준히 줄어 올해 32.5%를 기록했고, 2017학년도에는 30.1%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8학년도에는 정시 선발 비율이 2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시와 수시 선발 비중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서울 주요 대학 중에는 이미 정시 비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곳도 많다. 서울대는 2016학년도 신입생 중 25%만 정시로 뽑기로 했고, 고려대는 현재 고1 학생들이 치르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선발 비율을 15%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정시 선발 비중을 계속 줄이는 것은 최근 이어진 '물수능(너무 쉬운 수능)'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 B와 영어 만점자 비율이 각각 4.3%와 3.37%까지 올랐다. 정부가 '쉬운 수능' 정책을 펴자 대학들이 "수능 점수만으로는 학생을 뽑기 힘들다"고 판단, 수시 비중을 더 높인 것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 성적만으로는 대학이 원하는 학생을 가려낼 수 없게 됐고, 자연히 수능 성적 위주로 학생을 뽑는 정시 전형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시 축소'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줄이겠다'며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데다, 현재 고1 학생부터는 수능 영어까지 절대평가로 치르게 돼 '수능 변별력'은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패자부활 기회 사라지나

정시 모집이 줄자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 한 방'을 노리기가 어려워졌다. 고등학교 1~2학년 내신 성적이 좋지 않거나, 스펙을 쌓지 못한 학생들이 막판 스퍼트로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수생들도 불리해졌다. 재수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수능 성적이 올라도 정시 '관문'이 좁아지면 갈 수 있는 대학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시 전형 중에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 연세대 학생부교과 전형 등 재수생이 지원할 수 없는 수시 전형도 많다. 고려대는 2018학년도부터 고3 재학생만 지원 가능한 '고교 추천 전형'으로 신입생의 절반을 뽑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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