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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사람이 지어낸 독서 vs 독서가 만들어낸 사람(2)

2015/09/23 09:25:18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지요. 솥뚜껑을 본 순간 자라라고 생각을 해서 다시 놀라는 것인데 이 속담은 제가 설명하려는 인지(cognition)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자라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라를 보고 놀란 적이 있는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자라의 형상이 비슷한 것만 보아도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솥뚜껑을 보고 솥뚜껑임을 알아보거나 범종이라고 인식하기보다 반사적으로 자라인줄 알았던 것입니다.   

조상이 물려준 속담을 통해서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살펴보자면 우선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이 솥뚜껑을 몰라서 솥뚜껑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은 솥뚜껑을 보고 솥뚜껑에 대한 지식을 떠올려서 ‘여기 솥뚜껑이 있네’라는 반응을 하겠지요. 솥뚜껑을 모르는(지식이 없는) 아이는 ‘이게 뭐에요?”라고 하겠지요. 이처럼 어떤 일(사건1)을 겪거나 책(책1)을 읽으면 기억(기억1~3)으로 남는데, 새로운 사건(사건2)을 겪거나 책(책2)을 읽을 때 연결할 기억은 사람에 따라, 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예) 책2 + 기억1 = 반응1
   책2 + 기억2 = 반응2

과거의 어떤 기억을 현재의 경험과 연결할 것인가는 사람의 기질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은 비슷한 것을 보고 놀라는 반면 자라를 보고 놀라지 않은 사람은 다음에 자라 비슷한 것을 보고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전에 솥뚜껑을 보고 자라를 떠올리지도 않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식적으로, 의지를 갖고 반응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부터 알던 사람과 일을 하게 되는 사건에서 그 사람에 대한 과거의 나쁜 기억을 되살려 편견을 갖고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잘못을 사과하거나 뉘우친 기억에 의지해 긍정적인 반응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판단과 의지의 문제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반응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반응은 마음속에 생각만을 만들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게 되면 행동의 결과, 즉 반응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결과나 나오는 구나’라는 경험을 성찰해 보면 사실 반응을 선택함으로써 행동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것이 결과를 선택하게 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사건에 어떤 기억을 연관시킬 것인지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고 행동하고 행동에 따라 어떤 결과가 따라온 것을 우리는 다시 기억할 것입니다. 이것을 하나의 경험이라고 하겠습니다. 경험은 다음 사건이나 지식을 수용하는 데 영향을 미쳐서 사건을 겪을 때 떠오르는 여러 기억들 가운데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참고할지 결정하게 합니다. 여러가지 다양한 경험 가운데 유사한 경험이 반복되면 우리 마음에는 특정 유형의 사건에 특정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패턴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성격입니다. 성격은 상황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패턴입니다. 성격은 기억, 기억과 현재의 사건을 연결하는 경향, 행동하여 결과를 얻은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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