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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 역사교실] 쫓겨난 사림파, 서원·향약 통해 자신들의 뜻 전파

2015/08/30 18:09:39

◇그러나 사림은 죽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역사란 참 알 수 없는 거란다. 네 번의 사화가 지나간 뒤 마지막에 웃은 사람들은 훈구파가 아니라 사림파였어."

"어머, 어떻게요? 복수를 했나요?" 허영심의 말에 장하다가 주먹으로 손바닥을 딱 내리쳤다.

"그렇지! 어떻게 그냥 물러나? 군사들을 풀어서 훈구파를 싹 몰아냈나요? 아님 또 왕을 갈아 치웠나?" "아니, 그런 방법들을 쓴 게 아니었어. 들어 보렴. 사화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림들은 명종 시대 내내 숨어 지내다시피 해야 했어. 명종이 어른이 된 뒤에도 문정왕후와 윤원형 일파는 권력을 꽉 쥐고 놓지 않았지. 그러니 조정은 그들에게 아첨해 권세를 얻으려는 신하들로 가득했어. 조정이 그 모양이니 온 나라에 부정과 비리가 넘쳐나고 백성들이 힘 있는 자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지. 하필 흉년이 이어지는 바람에 굶주림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도적떼로 변하기도 했어. 사림은 이 혼란한 상황에서 백성들 사이로 파고들어 뿌리를 내렸어."

"백성들 사이로 파고들다니, 어떻게요?" "서원과 향약 등을 통해서 지방의 양반들과 백성들의 삶 속에 자신들의 생각을 심어 나간 거야. 서원이란 양반의 자제들을 교육시키는 일종의 사립 학교라고 할 수 있어. 중종 때 처음 왕이 인정한 서원인 소수 서원이 생긴 뒤에 서원은 점점 더 많아졌어. 바로 사림들이 전국 곳곳에 서원을 세운 거였지. 사림들은 서원을 통해서 자신들의 뜻을 따르는 제자들을 길러 내고, 성리학에서 높이 받드는 옛 성현들의 제사를 지내며 힘을 모아나갔어. 그런가 하면, 향약을 만들어서 고을 안 백성들에게 성리학의 가르침을 전하고 그 규칙에 따라 생활하도록 했지. 향약(鄕約)이란 우리 고을에서 꼭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뜻이야. 예를 들면 '남의 집 곡식을 빌렸으면 이자와 함께 꼭 갚아라', '나이 많은 어른을 잘 섬겨라', '양반에게는 예의를 잘 지켜라' 하는 내용들이었지. 향약이 자리를 잡아 가면서 백성들은 고을 수령보다 향약을 어기면 혼쭐을 내는 사림들을 더 무서워하게 됐다고 해."

"와, 듣고 보니 그럴 법해요. 궁궐에서 권력 다툼을 하는 대신 백성들 사이에 들어가 살면서 실제로 나라를 다스렸다는 거 아녜요?" 나선애의 말에 용선생은 감탄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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