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지고 있어도 "장갑 벗을 때까지 해봐야죠!"
이번 대회는 국내 유일의 장관배 골프대회로, 주니어 국가상비군 점수까지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 정주리 양은 작년과 재작년 이 대회에서 연달아 2등을 했다. "기분 좋았어요." 우승 소감을 물으니 눈을 가늘게 뜨며 씩 웃었다.
"시합 나가면 '이겨야지' '일등해야지' 하는 생각은 안 해요. 5등 안에만 들어도 만족해요. 결과보다는 시합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서 라이벌이 잘 칠수록 의욕이 생기고 힘이 솟아요. 서로 치고받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게 재밌잖아요(웃음)."
욕심은 없는데 '뚝심'은 있다. 그 뚝심이 때론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난달 열린 제11회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회장배 전국학생골프대회. 정주리 양은 첫날 경기를 망친 상태에서 이튿날 6언더를 몰아쳐 공동 1위에 올랐고 연장전까지 갔다. 결과는 2위. 정주리 양은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경기 중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며 "(골프) 장갑 벗을 때까지 해본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손녀의 '매니저' 역할은 맡고 있는 외할아버지는 "주리가 욕심을 안 부려서 답답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전에는 '꿈을 크게 가지라'며 잔소리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주리의 장점인가 싶어요. 너무 '잘해야지' 하다 보면 더 안 되잖아요. 욕심이 없는 대신 멘탈이 강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