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1 11:04:36
즉 단어나 문장이 오직 하나만 있을 때와 달리 글을 구성하고 있을 때 글 전체를 생각하여 의미를 해석하는 것입니다. 보통 맥락 속의 의미라고 말을 합니다. 맥락은 단어의 의미를 선택하고 문장의 의미를 규정합니다. 글 차원에서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생각하는 능력이 능력2입니다. 숲을 생각하면서 나무를 보는 읽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려면 나무를 보면서 숲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읽는 것이 체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전체와 부분을 함께 마음속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작업기억 폭(읽기폭)을 필요로 하지만 자신의 작업기억 폭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작업기억 폭이 뛰어나지 않아도 좋은 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래 글을 살펴보겠습니다. 모 신문의 책 리뷰 기사 입니다.
오늘도 관계의 홍수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건다. “검찰청입니다(보이스피싱)” “대출 받으세요” 같은 전화에 시달리다 보면 오롯이 고요한 시간은 잠잘 때 정도. 이런 현대인을 고독으로 안내하는 책이 두 권 나왔다. 가끔씩은 고독해져야 건강하고 사고나 행동도 가벼워진다고 권한다. 인연의 비만을 다이어트하면 영혼과 창의력이 풍만해진다고 말한다.
위 글을 읽고 ‘안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안내란 ‘사정을 잘 모르는 어떤 사람을 가고자 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거나 그에게 여러 가지 사정을 알려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사용을 합니다.
안내를 받다, 손님의 안내를 맡다, 시내까지 안내를 좀 부탁합니다, 집주인의 안내로 화장실을 찾아갔다.
용례를 보면 사전적 의미에서 정의해주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가고자 하는 곳’과 같이 알려주는 ’여러가지 사실’은 반드시 ‘진실’ 또는 최소한 안내하는 사람은 ‘진실’이라고 신뢰하는 정보라는 점입니다. 만약 진실이나 그에 준하는 정보가 아니라면 외형적으로는 안내를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상 사기를 행한 것이지요. 그런데 위 글에서는 ‘현대인을 고독으로 안내한다’고 합니다. 안내를 고독으로 하다니….제정신인가? 또는 그걸 안내라고 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가 단어를 잘못 사용한 것이거나 잘못된 생각을 할만합니다. 하지만 ‘이건 기사야, 잘못 쓰거나 이상한 사람의 글일 리가 없잖아’ 하며 일단 믿고 계속 읽어 봅니다.
그는 고독이 창조력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만화, 소설, 건축설계 같은 영역의 창의력은 혼자 있을 때 나온다. 공부 역시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이다. 학교에 다수가 모이는 이유는 효율 때문이다. 일대일로 수업하려면 교사가 많이 필요하다.
이제 의문이 해결됩니다. 아하, 고독은 뭔가 유익한 것이라고 말하려고 하는 구나, 게다가 고독이라는 단어로 지시하려고 한 것은 고독 자체가 아니라 ‘성과물을 내기 위해 고독한 감정을 느낄 만큼 자신의 작업에 몰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구나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읽고 그것을 이전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글은 다 읽고 나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이해를 하는 것입니다. 읽으면서 이전에 이해한 바에 새로 읽은 내용을 통합하여 기존의 이해를 갱신하며 읽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체를 반영하여 부분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