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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 역사교실] 천자문 외고 과거시험… 양반, 끝없이 학문 닦았지

2015/07/19 17:00:59

복잡하고 까다로운 '양반의 길'

누나, 형들이 고생을 하는 동안 곽두기는 내내 방 안에 들어앉아 있었다. 안방마님의 말에 따르면 양반집 도령들은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앉아서 책을 읽는다고 했다. 책을 읽다가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딴생각을 하는 것은 보통 창피한 일이 아니니, 절대로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처음엔 두기도 제법 의젓한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곧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살금살금 문으로 다가가던 두기는 갑자기 문이 열리는 바람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어딜 가려는 게냐? 이 어미가 그렇게 당부했는데,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이렇게 흐트러지는 게냐? 아니, 그 꼴은 또 뭐냐! 버선 한 짝은 왜 벗어 던진 게야? 양반 체면에 그러고 어딜 나가?"

풀이 죽은 두기는 슬금슬금 다시 책상으로 다가앉았다. "얘야, 공부하기가 힘이 드는 게냐?" "네? 아직 공부를 별로 안 해 봐서 모르겠는데요…."

곽두기의 순진한 대답에 안방마님은 "그것참…" 하고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곧 어엿한 선비가 될 몸이 아직도 어리광이 남아서야 되겠느냐? 네 아버지는 다섯 살에 '천자문'을 다 떼셨다. 열여섯에 처음 과거에 급제하셨지. 너도 학문에 정진해서 어서 벼슬길에 들 생각을 해야지." 안방마님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진 것을 알고 두기는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저, 꼭 벼슬을 해야 되는 거예요?" 두기의 말에 안방마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벼슬을 안 하면? 대체 커서 무얼 하려고?" "저는… 장난감 만드는 일도 하고 싶고요.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 주는 수의사도 되고 싶고요." "뭐라고? 네가 뭘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구나! 양반으로 태어나서 굶어 죽으면 굶어 죽었지, 어떻게 천한 백성들이 하는 일을 할 수가 있단 말이냐?" 안방마님은 엄청난 소리라도 들었다는 듯,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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