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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선은 조선시대 양반만 가질 수 있었던 '명품'이죠

2015/07/06 16:57:00

"조선시대 합죽선은 양반만 갖고 다닐 수 있는 '명품 부채'였어요. 단옷날이면 전주 선자청(扇子廳)이라는 관청에서 합죽선을 제작해 임금께 상납했습니다. 왕은 지금으로 치면 장관급 되는 신하들에게 이 부채를 선물했죠. 서민들은 합죽선 대신 둥근 부채를 이용했고요."

선자장은 "합죽선은 겉대(대나무 표피) 두 개를 겹쳐 부챗살을 만든다. 이 때문에 대나무를 합쳤다는 뜻의 합죽(合竹)을 이름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겉대를 이용해 부챗살을 제작하는 건 한국뿐이에요. 일본이나 중국은 대나무 껍질을 벗겨 사용해요. 대나무 속살은 약해서 세월이 흐르면 쉽게 망가집니다. 반면 합죽선은 튼튼한 겉대 두 개를 포갰기 때문에 오랫동안 쓸 수 있죠. 한지만 바꿔 끼우면 반영구적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합죽선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최소 이틀, 길게는 엿새 정도 걸린다. 김동식 선자장은 "대나무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부챗살에 종이를 붙이는 도배 작업까지 사람 손을 600번 정도 거쳐야 합죽선 한 자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합죽선 주재료는 우리나라에서 자란 왕대나무. 왕대나무는 다른 대나무에 비해 마디가 길고 표면이 매끈한 게 특징이다. 선자장은 전남 구례·담양에서 구해온 왕대나무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양잿물에 삶는다. 이후 일주일간 햇빛에 말려 노랗게 색이 바래면 원하는 부챗살 넓이만큼 깎아 풀로 붙인다. 풀은 민어(民魚) 부레를 끓여 얻은 '어교'와 동물 가죽·힘줄·뼈 등을 고아 만든 '아교'를 섞어 제작한다. 그는 "어교와 아교로 만든 풀은 공업용 풀보다 천천히 마르고 접착력이 강해 대나무 붙일 때 요긴하게 쓰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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