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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자유학기제’를 말한다. 양승실 KEDI 연구위원 인터뷰

2015/06/15 10:36:39

- 자유학기제와 관련, 최근 소식을 보면 중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프로그램 미비로 고통을 겪거나, 예산부족을 호소하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향후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요?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수행되려면 학교교육의 일상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일상성의 개혁’으로 ‘새 학교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예산이 더 있다면 나쁠 거야 없겠지만 행사나 이벤트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예산은 부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학기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핵심교원 양성과 교원 연수’가 가장 중요한 대책입니다. 모두에 말씀드렸지만 지역사회와의 핵심가치 공유로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자유학기제가 정착되는 데 필수적입니다.

- 이른바 ‘막강 중2’라는 중2 병을 고치는 데 자유학기제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우리 속담도 있잖습니까. 제 생각엔 무기력에 빠져 더 자극적인 일탈을 꿈꾸는 막강 중2가 자유학기제 도입 이후, 학교 오기가 좀 재미있다고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하네요.

-  자유학기제는 오히려 가정의 부담만 키운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학교와 가정의 책임 분담을 강조하셨는데, 내년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면 학부모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한 아이를 기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전에 어떤 학부모라는 사람이 아이를 낳기만 할 테니 정부가 키워 달라고 하는 인터뷰를 보고 경악했어요. 사실상 교원과 부모는 그 장을 달리할 뿐이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 학부모들이 사적으로만 자녀교육에 참여했다면 이제는 학교교육의 파트너로서, 사회적 학부모로서의 책무성을 인식해야합니다.

- 자유학기제의 전면 시행이 우리 사회의 교육(입시) 지형을 바꿀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교육의 큰 흐름을 말씀드리면, 지난 1999년부터 21세기에 육성해야할 인재상을 창의적이고 자주적이며 도덕적이고 건강한 사람󰡑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여 입시의 지형을 2002학년도 대입제도부터 바꾸는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입제도의 틀은 시험 위주의 입시에서 다양한 전형요소를 중시하는 전형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종래 학과목 점수가 높은 ‘점수 위주’ 학생 선발에서 새로운 개념의 우수학생을(전공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선발하는 대입전형으로 이미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유학기제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미국 정치인들은 전임 정부에서 둔 체스 판을 그대로 이어서 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체스 판의 말을 엎지 않은 채로, 다음 번 정책 실행자들이 타석에 들어선다는 것이지요. 교육정책은 무엇보다 연계성이 있어야 합니다.
자유학기제라는 생소한 용어에 많은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데, 이미 시행 중인 ‘창의적 체험활동’ 등과 연계해서 재구조화를 한다고 하면 부모님이나 학생들도 이해가 더 쉽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육체적으로는 급격히 성장하는데, 인성적 성장이 그 속도를 쫒아가지 못하는 중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활동은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많이들 하시는 말씀으로 교육은 ‘지덕체(智德體)’가 중요하다고 하는 데, 이는 오래 전의 서구 교육 제도에서 도입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서구에서는 아이들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서 ‘체’를 강조하는 체육활동을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전통적인 교육관은 ‘덕체지(德體智)’라고도 말할 수 있는 데요. '지' 보다는 '덕' 과 '체'가 앞에 있죠. 교육정책 전문가 뿐 아니라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이런 점들을 더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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