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31 15:37:58
◇시끌벅적한 강의실
지난 27일 오후 1시, 생명화학공학과 전공필수 과목 ‘생명화학공학 해석’ 수업이 진행 중인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응용공학동 2층 강의실은 학생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온 벽이 칠판으로 둘러싸인 교실에서 다섯 명의 조교가 각각 자신의 조에 속한 7~8명의 학생과 편미분방정식 응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에듀케이션 3.0 수업이 이루어지는 강의실 모습이다. 카이스트가 외부인에게 에듀케이션 3.0 수업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교실 현장은 ‘이곳이 강의실 맞나’ 싶을 정도로 활기 넘쳐 보였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수강생들은 궁금한 점을 조교나 교수에게 망설임 없이 묻고, 칠판 앞에 나가 자기만의 풀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졸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동건(19·생명화학공학과 2)씨는 “교수님께서 올려주신 개념 강의 동영상을 보고 왔다”며 “예습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4학기째 이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운용 중인 이도창 교수(생명화학공학과)는 “강의식 수업을 할 때는 학기 말에 가까울수록 학업 내용이 어려워져 포기하는 학생이 많았다”며 “지금과 같이 수업 방식을 바꾸고 나서 교수와 조교, 학생 간 밀착도가 높아져 학습 효율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에듀케이션 3.0 수업은 교수가 직접 찍은 온라인 강의와 토론·협동형 과제·실험 등의 오프라인 활동으로 구성된다. 동영상을 통해 미리 개념을 머리에 넣고, 수업에 들어와서 조별 토론 등을 통해 심화 내용을 다룬다. 교수는 동영상을 촬영·편집한 다음 온라인에 올리고, 학생들은 예습하고 토론을 준비하기 때문에 기존 수업보다 품이 더 든다. 플립러닝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카이스트는 여기에다 연구 중심 대학답게 실험·그룹 과제 등 각 수업에 꼭 맞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다. 이 같은 수업 모델 활용 여부는 교수들의 선택에 달렸다. 교수가 “다음 학기 수업에 에듀케이션 3.0 모델을 적용해보고 싶다”고 신청하면, 학교가 컨설팅을 통해 강의 내용에 적합한 학습 모델을 설계하도록 돕고 예산을 배정하며 전용 강의실을 제공하는 식이다. 2015학년도 1학기 현재 전체 1300여 개 강의 중 에듀케이션 3.0 모델을 적용한 강의는 총 54개다. 조기순 카이스트 교수학습혁신팀장은 “에듀케이션 3.0 모델을 처음 도입한 2012년 1학기에 이 모델을 활용한 강의가 3개에 불과했다”며 “플립러닝 수업을 1~2개 진행하는 다른 대학과 비교하면 지금은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