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1 16:14:59
오후 12시 30분. 배를 채운 학생들이 한 명씩 급식실을 빠져나왔다. 어린이들이 서둘러 향한 곳은 신관 앞. 전통놀이판이 가장 많이 그려진 '인기 장소'다. 이미 60여 명의 학생이 자리를 잡고 망줍기, 쉬운 망치기, 어려운 망치기, 오징어놀이, 십자돌기, S자 술래잡기 등을 즐기고 있었다.
망줍기에 유독 어린이들이 북적였다. 망줍기는 칸을 여러 개 그린 후 순서대로 망(작고 납작한 돌)을 던지고 줍는 놀이다. 어린이들은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가 망을 잡았다. 금을 밟지 않으려다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게임 한판을 끝내니 학생들의 머리카락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어려워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망줍기만 하면 시간이 빨리 흘러요. 게임 두 판만 해도 10분이 지나가 있어요. 하고 싶어하는 친구가 많아서 기다릴 때도 있지만, 구경하는 것도 재밌어요."(함민준 군·4학년)
학교에 놀이판이 생긴 건 지난 8일. 3월부터 진행 중인 '놀이밥60+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검산초는 전북교육청이 선정한 '놀이밥60+프로젝트' 시범학교다. 프로젝트는 어린이들에게 밥 먹듯 매일 60분 이상 노는 시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전북 지역 20개 초등학교에서 시행 중인데, 그중에서도 검산초는 다채로운 놀이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 교실에 오목과 공기, 산가지처럼 다양한 놀이 도구를 마련했습니다. 운동장엔 투호와 굴렁쇠를 뒀어요. 언제, 어디서든 놀 수 있게 하려고요. 놀이 시간은 오전 8시 40분부터 9시까지로 잡았습니다. 쉬는 시간과 점심때도 자유롭게 뛰놀도록 했죠."(서명옥 교장)
교사들은 교내 자투리 공간도 활용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나종민 교무부장은 전통놀이를 주제로 잡은 이유에 대해 "우리 고유문화도 배우고, 여럿이 함께하면서 협동심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이 두 달간 자료 조사를 하고, 학부모님들이 날을 잡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놀이판을 그려주셨어요. 놀이판 근처엔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설명서를 써서 붙였죠. 놀이판을 본 학생들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웃음)."(나종민 교무부장)
어린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맞는 놀이를 찾아 즐겼다. 박서진(2학년) 양은 "매일 반 친구들과 '오징어놀이'를 하러 온다"고 했다. "이 게임을 할 땐 계속 뛰어다녀요. 우리끼리 부딪치고요. 그럼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마음이 가벼워져요. 달리기도 빨라졌어요. 운동회 때 달리기 시합에서 1등 했어요."
저학년·고학년이 옹기종기 모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쉬운 망차기'가 한창이었다. 1학년들은 5학년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차례가 왔다. 안간힘을 쓰며 한 발로 망을 찼지만, 금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김서윤(1학년) 양은 "몇 번 뛰기만 해도 힘들다. 언니들처럼 잘하고 싶다"며 웃었다.
"서로 따라 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잘하는 친구가 가르쳐 주기도 하고요. 놀면서 다른 반 친구들이나 동생들과 많이 친해졌어요."(김예은 양·5학년)
서명옥 교장은 "학생들이 활동을 하면서 체력도 좋아지고 대인 관계에서의 배려심, 협동심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안전에 신경 쓰며 놀이 활동을 권장할 겁니다. 어린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놀이판도 추가로 만들 계획입니다."
[함께 즐기는 전통놀이]
★망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