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4 01:50:20
스승의 날(5월 15일)을 앞두고 선생님에게 선물을 하려는 학부모와 선물을 받지 않으려는 교사들 사이에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고 있다. 촌지·선물 수수에 대한 교육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일선 교사들은 '조그만 선물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은 '그래도 스승의 날인데…' 하며 선물을 보낼 방법을 찾아 머리를 짜내고 있다.
요즘 학교 현장에선 교사들이 선물·촌지를 사양하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이렇다 보니 최근 엄마들은 직접 만든 이른바 'DIY(Do It Yourself)' 선물로 선생님들을 '공략'하고 있다. 직접 만든 선물은 몇만원 정도로 교사들이 부담을 느낄 만큼 비싸지 않은 데다, '정성을 담아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교사들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늦둥이 딸을 둔 김모(50)씨는 지난 4일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열린 '카네이션 양초 만들기' 수업에 수업료 2만원을 내고 참가했다. 직접 만든 양초 2개를 아이가 손수 쓴 카드와 함께 스승의 날 선물로 선생님에게 보내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요즘 선생님들은 비싼 선물은 거의 받지 않지만 그래도 정성껏 직접 만든 선물은 받아준다는 이야기가 있어 카네이션 양초를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엄마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퍼지면서 스승의 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모양의 쿠키나 떡 등 먹을거리나, 천으로 만든 카네이션 조화 등을 만드는 강좌도 잇달아 열리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수제 떡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장민혜(31)씨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떡 케이크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많아 13~14일에 특별 강좌를 준비했는데 금세 마감됐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수제품을 주문해 자신이 만든 양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뜨개공방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스승의 날 선물로 작은 숄이나 동전 지갑 같은 것들을 떠 달라는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일부 학부모들은 '너무 전문가처럼 잘 뜨지 말라'고 한다"며 "자기가 뜬 것처럼 선물하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대로 교사들은 학부모의 선물 공세를 거절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교사 장모(27)씨는 "작년 스승의 날에 어머니들이 만들어준 카네이션 볼펜이나 카드는 도로 가져가라고 하기 미안해 받았는데 나중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물 주면 받는 선생님'이라는 소문이 돌더라"며 "올해부터는 아무리 작은 선물이라도 절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엄마들의 전화를 피하고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 김모(30)씨는 최근 선물을 가져오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작년 담임 선생님께 보내는 게 어떠냐"고 달래고 있다. "한 해 동안 아이를 바르게 가르쳐 보내준 작년 담임 선생님이 더 고마운 분이다"라는 식으로 거절하면 학부모도 막무가내로 선물을 떠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고민하다 서로 덜 민망한 방법을 찾은 셈"이라며 "선물을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것도 일"이라고 했다.
어떻게든 선물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은 "선물을 안 보내자니 우리 아이만 잘못 보일까 걱정되고 보내자니 선생님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뺀다"는 반응이다. 교사들도 "학부모의 정성을 담은 작은 선물을 거절하는 것도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중학교 교사 이모(30)씨는 "매번 학부모가 기분 나쁘지 않게 '어머님 죄송하지만~'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편지를 써서 선물을 돌려보내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라며 "선물 하나 잘못 받았다가 뒷소문에 시달리거나 징계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교사들 입장도 난처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