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한글이 왜 나와요?" 장하다가 뜬금없다는 듯 묻는데 왕수재가 책상을 땅! 쳤다.
"다음 임금이 세종이잖아! 세종이 한글을 만들 수 있던 건 나라가 안정되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잘 맞혔어. 그렇지 않고 또 왕위 싸움이 벌어지고 나라가 시끄러우면 세종이 어느 틈에 한글을 만들 수 있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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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아들 충녕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다"그런데 수재야, 세종은 태종의 몇째 아들일까?" "그야 장남이었겠죠! 태종은 옛날부터 장남이 왕위를 물려받아야 하는 거라고 했다면서요?"
왕수재가 자신만만하게 답했지만, 용선생은 손을 저었다. 곧바로 나선애가 다시 답했다. "셋째 아들 충녕대군이었어요!"
"딩동댕! 그럼 충녕대군이 원래 세자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겠네?" "원래 세자는 양녕대군이었는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좋아하다 결국 쫓겨났어요."
"맞아. 태종에겐 네 명의 아들이 있었어. 첫째 양녕대군은 어려서 세자로 정해졌어. 둘째인 효령대군은 불교에 깊이 빠져 있었지. 셋째인 충녕대군은 책읽기를 좋아하고 착실해서 늘 주변에서 칭찬하는 소리가 자자했대. 막내는 열네 살 때 그만 죽고 말았지. 양녕대군은 어려서부터 공부보다는 사냥이나 활쏘기를 더 좋아해서 태종을 걱정시켰지만, 세자의 자리를 14년 동안이나 지켰어. 태종은 왕자들 사이의 왕위 다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 그래서 장남이 왕위를 잇는 원칙을 확실히 세워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싶었어. 그런데 양녕대군이 갈수록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야. 특히 예쁜 여자를 너무 밝히는 통에 말썽이 잦았어. 그러다 태종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세자를 가르치는 대신들이 벌을 받고, 세자를 모시는 내시들은 매를 맞거나 궁 밖으로 쫓겨나야 했어. 세자도 매번 반성문을 올리고 용서를 빌었지만 그건 잠시뿐, 아버지의 화가 풀리면 곧바로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곤 했어. 결국 태종은 양녕대군이 왕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