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랬지. 결국 정종은 왕위에서 물러나고, 이방원이 그 뒤를 이어 조선의 3대 임금이 되었지. 그가 바로 태종이야." 아이들이 너도나도 휴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태조는 아들들을 잃은 슬픔과 태종에 대한 노여움에서 헤어나지 못했어. 그래서 툭하면 궁궐을 떠나 이리저리 떠돌며 마음을 달랬지. 태종은 아버지가 가는 곳마다 사람을 보내 문안을 여쭈었대.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야 자신이 왕위에 오른 게 조금이라도 떳떳해질 테니까. 하지만 태종이 못내 괘씸했던 태조는 이를 비웃듯이 거처를 옮겼대. 한번은 태조가 고향인 함흥에서 머문 일이 있었는데 이때 '함흥차사'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어. 함흥차사란 심부름을 가서 돌아올 때가 지나서도 오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야. 태조가 함흥에 있을 때 아들이 보낸 신하, 즉 차사가 오면 모두 죽여 버렸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겨났다고 전해져. 정말 그랬던 건 아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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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권 강화하고 나라의 기초를 다진 태종"태종은 왕위에 오르기 직전에 사병(私兵)부터 없애 버렸어. 사병이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자기 밑에 거느리는 병사를 가리키는 말이야. 사병을 없애 버렸으니 이제 창칼을 들고 싸움을 하는 병사들은 모두 나라의 소속이 된 거야."
"군사들을 이용해서 왕위에 오르는 건 자기가 마지막이다, 이거군요?" 나선애가 팔짱을 낀 채 비꼬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