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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옷 수호천사'… 시각장애인의 눈이 될게요

2015/04/29 09:41:07

지난 24일 오후 경기 성남의 한 마트 주차장. 홍아름(33)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가 잘생긴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훈련 4주 차 '사랑'(15개월·수컷)이. 예비 안내견 중에서도 막내 급이다.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훈련사가 사랑이를 이끌었다. 어린아이에게 "쉬~" 하듯이 훈련사가 "빨리빨리~" 하고 사랑이를 다독였다. 머뭇거리던 사랑이가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옳지!" 사료 하나가 사랑이 입으로 쏙 들어갔다.

'오줌 누기'는 안내견 훈련의 첫 코스. 홍아름 훈련사는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걷다가 '실례'하는 일이 없도록 출발 전에 볼일 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멈춰 서 똥이나 오줌을 눌 경우에 시각장애인은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당황하거든요."

사랑이에게 세상은 호기심투성이다. 꽃과 나무, 지나가는 개와 사람들까지 모든 게 신기하고 궁금하다. 구경하고 싶고, 냄새 맡고 싶고, 짖고 싶다. 이런 유혹들을 떨쳐내고 '앞으로 똑바로 걷는 것'. 사랑이가 요즘 받는 훈련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 배우기 시작한 안내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훈련이다.

"킁킁."

한참 잘 걷던 사랑이가 걸음을 멈추고 딴청을 피웠다. 이번엔 '개미'가 말썽이었다. 땅바닥을 솔솔 기어다니는 개미 떼에 푹 빠져 한참을 넋을 놓고 구경했다. 훈련사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잘못된 행동에는 반응하지 않고, 잘했을 때 칭찬하고 사료를 줘요. 칭찬받았던 행동을 기억하게 만드는 거예요."

한 마리의 안내견이 탄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2년 정도다. 리트리버종(種) 가운데 건강하고 성품이 적합한 개들을 선발해 새끼를 얻고, 태어난 지 7주가 지나면 일반 가정집에 보내 1년간 기른다. 이 중 '안내견 적합성 평가'에 합격한 개들만 '안내견학교'에 입학한다. 안내견학교에서는 기초복종훈련을 비롯해 장애물, 방향 전환, 대인·대견 등 30가지가 넘는 훈련을 6개월간 진행한다. 훈련 시간은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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