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7 03:00:02
◇교내 대회, 중하위권은 상위권 들러리 되기도
최근 대입에서는 '교내 대회 수상 실적'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 학생부 종합전형 등이 확대되고, 학생부에 교외 대회 수상 실적 등은 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내 대회에서 일부 상위권 학생의 '수상 실적'을 위해 중하위권 학생들이 '들러리'가 되는 일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사립 일반고 교사였던 A씨는 "글쓰기에 전혀 관심 없는 학생도 지난해 교내 백일장에 참가해야 했다"며 "교사들이 강제는 아니라면서도 '불참자'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백일장이 진행되는 내내 참가 학생 사이에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몇몇 학생의 실적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서울 일반고 2학년에 재학 중인 B양은 다른 과목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해외에서 살다 와 영어만큼은 자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담임교사가 "반에서 상위 1·2등만 참가할 수 있으니, 두 학생만 나와서 참가 신청서를 쓰라"고 잘라 말했기 때문이다. 교내 대회에 성적순으로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실제로는 하위권 학생들이 상을 가로채는 복병이 될까 봐 교사들이 참가자를 거르는 일이 적지 않다. 일반고 교사인 C씨는 "'2015학생부 기재 요령'에서 참가자의 20%만 상을 주도록 권고해 앞으로 이런 사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신 교내 대회가 늘어날 것이므로 '중하위권이 상위권의 들러리가 되는 사례'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