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수업 중 한국과 관련된 수업은 딱 하나다. 한국어 수업이다. 케이팝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문화적인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진 캠퍼스 안에서 학문적 붐이 일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되는 법.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언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
예일대에 다니고 있는 한국인 학생은 모두 30명 정도 된다. 수가 굉장히 적어서 잘 뭉치는 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인들은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하기 때문에 우리끼리 더 잘 뭉치는 것 같다. 나도 미국인 친구가 많고 한국인 친구, 교포 친구도 많지만 마음을 터놓는 가장 친한 친구는 그래도 한국인 친구다.
기분 좋은 것은 숫자가 많지 않아도 한국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뜻하고, 여러모로 인정을 받는 훌륭한 친구가 많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학교 내에서 ‘한국인의 밤’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노래를 부르고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한국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행사다. 나는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싶어 장기자랑으로 행사에 참가했다. 무대 위에서 노래 공연을 펼치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그리고 항상 애국심을 강조하시던 아빠를 떠올렸다.
그룹 코리아나로 세계무대에서 활동을 많이 한 아빠는 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그 시절에는 해외여행도 어려웠던, 외국인들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때라 아빠의 얼굴과 행동이 곧 한국의 얼굴이라는 생각을 늘 하셨다고 한다. 어딜 가든지 ‘자랑스러운 한국인’ 소리를 듣기 위해서 매너를 지키고, 심지어 호텔 방 청소까지 깨끗하게 할 만큼 조국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던 분이시다. 아빠는 드럼에 태극기를 달고 연주를 하실 정도로 우리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하신데, 이번에 ‘한국인의 밤’ 행사를 진행하면서 아빠의 그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나라에 대한 무조건적인 마음은 나뿐 아니라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미국에서 자란 교포 친구들을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상승하는 만큼 그들의 자부심도 커지는 것 같다. 흔히 이스라엘 교육에 대해서 대단하다고들 하는데, 한국인 엄마들 사이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교포 친구들은 내가 아빠에게 들었듯 ‘한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는 엄마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항상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자란 그들, 그리고 또다른 예일대 학생들 네명이 학교에서 마련한 ‘예일 코리아’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상태다.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봄방학을 맞아 서울의 내 방 안인데, 내일은 태어나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친구들을 위해 가이드를 할 예정이다. 봄방학이라는 달콤한 시간에 데이트를 포기하고 본인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행을 택한 친구들이 멋있어 보이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하나 더, 학생들에게 투자를 해주는 학교 프로그램도 훌륭한 것 같다. 등록금이 왜 비싼가 했는데, 이렇게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항상 연구하는 것은 높이 살 만한 부분인 것 같다. 이번 ‘예일 코리아’에 비용 전부를 학교에서 제공한다. 이제 2학기째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2천 개가 넘는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살아 있는 학문을 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자부심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