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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 ] 국립생물자원관 자생 생물 조사 현장

2015/04/17 09:36:59

"굴취칼!"

유전자원은행을 담당하는 김민하(41) 박사가 수술실 의사처럼 장갑을 끼더니 칼을 받아들었다. 얼레지는 뿌리가 20㎝까지 자라기 때문에 땅을 깊게 팔 수 있는 굴취칼이 유리하다고 했다. 차갑고 축축한 땅과 한참을 씨름한 끝에 동그란 알뿌리가 드러났다. 얼레지는 비닐봉지에 담겨 밀봉됐다. 김민하 박사는 "유전자원은행에서는 우리나라 자생 생물의 DNA를 추출해 확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DNA는 어린잎에서 뽑지만, 정확한 생물종 확인을 위해 표본용 꽃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봄꽃 식물은 다른 생물자원에 비해 확보가 어렵다.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사그라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두세 달. 시기를 못 맞추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색이 은은한 데다 키가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도 봄꽃의 특징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딱 봄꽃을 두고 하는 얘기예요. 조사하고 채집하는 내내 거의 기어다녀야 해요(웃음)."(김민하 박사)

"여기 열매 있다!"

종자은행을 맡고 있는 김수영 박사가 달려갔다. 너도바람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혀 있었다. "아직 덜 익었어요. 작년 이맘때는 이 산에서 너도바람꽃 종자를 채집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봄이 늦나 봐요. 2주면 다 익을 것 같으니 그때 다시 와야겠어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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