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히 떨리는 기분이네…" "저기 왕이 앉아 있으면 함부로 쳐다보지도 못할 것 같아."
아이들이 목소리를 낮추어 소곤거렸다.
"절로 위엄이 느껴지는 곳이지? 근정전은 나라의 중요한 의식들을 치르던 곳이야. 새해가 밝으면 이곳에서 신하들이 임금께 인사를 올렸고, 외국의 사신이 찾아오면 이곳에서 맞이했어. 왕의 즉위식이나 세자 책봉식, 왕가의 혼례식도 이 자리에서 치렀고. 자, 이제 사정전으로 가 보자."
"근정전, 사정전이란 이름은 무슨 뜻이에요?" 용선생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나선애가 물었다.
"응, 경복궁의 건물들에 이름을 붙인 것도 정도전이었대. '근정(勤政)'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부지런히 하라는 뜻, '사정(思政)'은 깊이 생각하며 바른 정치를 하라는 뜻이야. 여기가 사정전이란다."
역시 왕좌를 중심으로 신하들의 자리가 양편에 마련돼 있는 사정전은 근정전에 비해 좀 더 아늑한 공간이었다. "사정전은 왕이 나랏일을 보던 곳이야. 이곳에서 조선의 왕들은 신하들과 함께 중요한 정책들을 의논해 결정하고, 크고 작은 업무들을 처리했어. 또 틈틈이 공부도 했어."
용선생의 말에 영심이 뜬금없다는 듯 되물었다. "공부요? 왕이 공부는 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