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증어·건달불… 전등의 다른 이름
1887년 3월 6일 저녁. 경복궁 내 건청궁에 작은 불빛이 깜빡이더니 이내 환한 조명이 주위를 밝혔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이 불을 밝힌 순간이었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발전기는 향원정 연못가에 들어섰다. 연못의 물로 발전기의 열을 식혀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물을 끌어다 불을 밝힌다고 해서 전등을 '물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발전기 가동으로 연못 수온이 상승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뒤엔 물고기를 끓인다는 뜻으로 '증어(蒸魚)'라고도 불렀다. 한편 불이 자주 꺼지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게 꼭 건달 같다고 해서 '건달불'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