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톱클래스] ‘일진’ 출신 교사가 전하는 학교의 맨 얼굴

2015/03/19 16:26:48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 그는 흠씬 두들겨 맞은 후에야 겨우 폭력집단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맞으면서 ‘잘됐다.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연합고사 준비를 하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뭔가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었다.

“제가 공부를 하고 있으니 다가오는 친구들도 생기더라고요. 불안한 기분도 차츰 사라지고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그는 그리 학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갖가지 규율과 꽉 짜인 시간표, 야간자율학습이 가슴을 죄어오는 듯했다. 그러나 마음을 알아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선생님과 연극 동아리 활동에서 숨 쉴 구멍을 찾을 수 있었다. 고3이 되었을 때 그는 그렇게 싫어하던 학교로 돌아오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경북대 윤리교육과로 진학했다.

“선생님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면, 선생님만 바로 서면 학교가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모범생이었던 선생님들과 달리 저는 방황해봤기에, 아이들 입장을 이해하니 더 잘할 줄 알았습니다.”

그 생각이 자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교사가 바로 서기도 힘들거니와 바로 서려 해도 학교상황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시달되는 정책을 좇아가느라, 눈에 보이는 결과나 보고서를 만들어내느라 급급하게 되더라고요. 학생 위주 활동이라고 하면서 사실은 성과 위주로 흐르기도 쉽지요. 학생들도 1년 단위로 달라지는 것 같아요. 선생님의 권위라곤 아예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벌을 세우려 할 때 그대로 벌을 서는 학생은 정말 착한 거예요. ‘커서 뭐가 될래?’라고 하면 ‘그럼 니는 커서 이렇게 된 게 잘된 기가?’라고 되받는 형국입니다. 학부모가 학교 시험문제, 치마길이 단속까지 문제를 제기하며 전화를 걸어오고, 막말까지 할 때도 있지요. 아이들을 위해 뭔가 일을 벌여보려 하면 교사들은 ‘왜 자꾸 일을 만들어 피곤하게 하느냐?’고 싫어하고, 학부모는 ‘공부에 방해되게 왜 그런 것을 하려느냐?’고 항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지치고 의욕이 꺾입니다.”


동아리 활동하며 팔딱팔딱 살아나는 아이들

그는 열심히 해보려다 소진된 느낌이 들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를 지탱하게 하는 힘은 그래도 역시 학생들, 그리고 ‘카페인 링거’라고 부르는 몇몇 뜻이 맞는 선생님들과의 만남이다.

“2010년부터 초-중-고 선생님들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때 알게 된 같은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과 ‘학교사람연구소’를 만들고, 매달 한 번 찻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꿈꾸던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을 만나 서로 격려하면서 힘을 많이 얻지요. 그래서 ‘카페인 링거’라고 부릅니다. 함께 단행본 《얘들아, 창체와 놀자》를 펴냈고, 각자 연구-집필 활동도 합니다.”

한 중학교에서 학부모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38개 동아리를 운영했던 시절이 그는 “가장 행복하고, 또 그만큼 힘들기도 했다”고 한다. 동아리 운영을 총괄하면서 연극반은 직접 맡았던 그는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아이들이 팔딱팔딱 살아나는 게 보였다”고 말한다. 윤이나 교사가 교단에 선 지 15년째.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눈에 보이는 변화 못지않게 한 아이와 눈 한 번 맞추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딴짓이라도 하는 아이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삶 자체가 무기력한 아이들을 보면 정말 걱정돼요. 남들은 꿈을 향해 앞으로 나가는데 자신은 바깥에서 겉돈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많죠. 그렇게 엎드려 있는 아이를 억지로 깨우지는 않습니다. 대신 선생님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인을 보내지요. ‘오늘 정말 피곤한가 보구나’라고 말을 걸기도 하고요. 그러다 고개를 들어 저와 한 번 두 번 눈을 마주치는 일이 잦아진 아이는 ‘감사했다’면서 꼭 찾아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