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정이 이렇게 되자, 원나라에 있던 고려 관리들은 공민왕과 덕흥군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했어. 모두들 원나라가 밀어주는 덕흥군을 선택했지. 문익점 역시 덕흥군을 선택했어. 덕흥군이 데려간 군사 1만 명과 고려군은 국경 부근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였어. 최영이 지휘하는 고려군은 공민왕을 위해 용감히 싸웠고, 결과는 고려군의 승리였어. 덕흥군이 패했으니, 문익점을 비롯해 덕흥군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겠지?
그런데 이듬해, 문익점은 고려로 돌아오게 됐어. 문익점은 아마 돌아가면 처벌을 면치 못하리라는 각오를 했을 거야. 그런 와중에서도 그는 목화씨를 따서 주머니에 넣는 것을 잊지 않았어. 목화씨는 백성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돌아온 문익점은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관직에서 쫓겨나 고향으로 내려가게 됐어. 고향에서 장인 정천익과 함께 목화씨를 심어 길렀단다. 문익점이 심은 씨는 다 죽었고 정천익이 심은 씨 중에서 딱 한 송이의 목화가 피었어. 그 한 송이에서 씨를 받아 다음번엔 여러 송이의 목화를 피우는 데 성공했지. 3년 뒤에는 이웃 사람들에게도 씨를 나눠 줄 정도가 되었단다. 목화는 곧 전국으로 퍼져 나갔어.
그런데 문익점의 목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야기들이 자꾸 덧붙여지기 시작했어. 문익점이 덕흥군의 편을 들었던 사실은 어느새 덕흥군에게 저항하다가 또는 본의 아니게 덕흥군 편으로 오해를 받아서 머나먼 강남 지방으로 귀양살이를 갔던 것으로 슬그머니 바뀌었어. 그러면서 목화씨를 '몰래' 들여왔다는 이야기가 덧붙여졌고, 결국은 '붓두껍'에 숨겨 왔다는 이야기까지 생겨난 거야.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주머니에 넣어 왔다고 해서 그의 업적이 빛을 잃는 것은 전혀 아니란다. 그가 가져온 목화씨는 우리 의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안겨 줬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잊지 않고 목화씨를 주머니에 넣어 온 그 마음은 너무도 귀하다고 생각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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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을 만든 최무선목화가 나라 안에 퍼져 나가고 있을 무렵, 또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단다. 바로 화약과 화포의 발명이야. 발명의 주인공은 최무선이었어. 당시 고려에는 화약 무기가 없었어. 활과 화살, 칼, 창, 이런 무기뿐이었지. 최무선은 화약 만드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 독학을 했어.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지만 최무선은 꿈을 버리지 않았어. 혼자서 연구에 몰두하던 그는 이원이라는 원나라 상인을 알게 되었어. 최무선은 이원에게 화약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