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물상 할아버지 말에 수지가 얼른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가 해시계 모형을 들고나왔다.
"할아버지, 이것들은 장영실과 모두 관련 있는 것 아닌가요?"
"허허, 선우가 장영실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구나."
선우의 말에 만물상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장영실은 어린 시절 어떤 아이였을까?" "분명히 에디슨처럼 엉뚱한 행동을 많이 했을 거야."
수지와 선우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그게 아쉽게도 말이다. 장영실은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단다."
만물상 할아버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왜요?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였잖아요."
수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마 장영실의 신분 때문이었을 거야."
"장영실의 신분이 어땠는데요?"
"장영실은 1380~1390년 즈음에 태어났단다. '세종실록'에 전해지는 기록에 의하면 장영실의 아버지 장성휘는 원나라 사람으로, 고려 시대 때 귀화한 장서라는 사람의 후손이었어. 장영실의 어머니는 동래현(현 부산 동래 지역) 관아에서 일하는 기생, 즉 노비 출신이었지. 당시에는 신분 제도가 아주 엄격해서, 어머니가 관기이면 그 아들은 관노가 돼야 했어."
"아, 그러니까 어머니 신분을 따라 장영실도 관에서 일하는 노비가 된 거군요."
아이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노비였던 장영실이 어떻게 나라의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수지가 만물상 할아버지를 보고 물었다.
"그거야, 세종대왕이 장영실의 재주를 보고 뽑으셨겠지. 장영실은 세종대왕 때 활약했던 과학자잖아."
선우가 또 잘난 척을 하며 말했다.
그때 갑자기 아이들 뒤로 나재주 아저씨가 나타났다.
"장영실은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 때 나랏일을 하는 상의원이란 곳으로 불려가게 됐어."
"우아, 아저씨 그걸 어떻게 아세요?"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하하, 내가 누구냐? 내가 바로 황학동의 장영실 아니냐. 내 어릴 때 별명도 장영실이었단다. 장영실이 누군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지."
"허허허, 아저씨 말이 맞다. 장영실은 어린 시절부터 관에서 필요한 물품을 만들던 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재주가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마침 태종 시절에 신분과 상관없이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뽑아서 나랏일을 맡게 하는 '도천법'이라는 제도를 시행했는데, 바로 이때 장영실은 관찰사의 추천을 받아 한양으로 갔고, 상의원에서 일을 하게 됐지."
"후유, 도천법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장영실의 아까운 재주를 그냥 썩혔을지도 모르잖아요."
"하하하, 수지 말이 맞다."
만물상 할아버지와 나재주 아저씨는 수지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