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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벌 귀족 김부식과 '삼국사기'1145년 음력 12월 22일, 김부식은 지난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완성한 '삼국사기'를 인종에게 바쳤어. 왕은 수고했다고 칭찬하면서 꽃과 술을 내려 주었단다. 문득 김부식의 머릿속에는 인종으로부터 새 역사책을 쓰라는 서릿발 같은 명령을 받던 날이 떠올랐어. "지금의 선비와 벼슬아치들은 중국의 유교 경전과 중국의 역사는 잘 알고 있소.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는 오히려 잘 알지 못하니 몹시 한탄스러운 일이오. 신라, 고구려, 백제의 삼국 역사가 중국 역사책에 실려 있긴 하나 중국에 대해서는 상세하지만 우리에 대해서는 대강만 기록해 놓았소. 또한 그에 관한 우리의 옛 기록은 표현이 거칠고 졸렬하며 빠진 것이 많소. 그래서 왕과 왕비의 잘잘못이나 신하의 충성과 사악함, 나라의 안정과 위태로움, 백성의 다스려짐과 어지러움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교훈을 남길 수도 없소. 재주와 학문이 뛰어난 사람을 얻어 역사를 완성하여 만대에 물려주어 해와 별처럼 빛나게 해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