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이 추천하는 동선에 따라 1층 영상실에서 홍보 영상을 관람한 다음, 4층 옥상 전망대로 향했다. 굽이치는 설악산의 주요 능선과 동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요즘 같은 날씨엔 새하얗게 언 설악산 토왕성 폭포가 계절 인사를 건넨다. 한 층 내려오면 3층 상설전시실이다. △등반의 역사(제1전시실) △산악인물실(제2전시실) △산악문화실(제3전시실) 등 3개 코너로 꾸며졌다. 제1전시실에선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등반 역사를 소개한다. 1953년 영국 원정대 에드먼드 힐러리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발견 100년 만에 등정에 성공했다는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함께 전시된 옛날 등반 장비도 볼거리. 묵직함이 남다른 1850년대 영국 트리코니 등산화, 가죽 안전벨트, 라디오 만한 무전기 등이다. 최첨단 소재 사용과 경량화를 내세운 오늘날 등반 장비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동행한 김헌상(46) 국립산악박물관 교육홍보실장은 "발달된 장비가 없던 근대에는 주로 군대용 야상(야전상의)·신발 등이 등반에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산악 역사를 빛낸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건 제2전시실이다. 각종 영상물·유품·사진 속에 산악인들의 강인한 정신력과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세상의 주인은 따로 없다. 도전하는 자가 세상의 주인이다." 영상에 띄워진, 고(故) 박영석(1963~2011)이 살아생전 남긴 말이 강한 울림을 준다.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한 그는 또 다른 도전 중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히말라야 품에 안겼다. 제3전시실에선 산수화·유산기 등 우리 조상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산악 문화를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