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2 05:30:02
전지훈련이나 다른 지역으로 시합을 갈 땐 학생들을 모두 김 교사 집으로 불러 먹이고 재웠다. 땀에 전 운동복도 깨끗하게 세탁해 입혔다. 다른 학교 운동부 같았으면 모두 학부모들이 했을 일이지만, 김 교사는 제자들의 '엄마' 역할도 자처했다. 그런 김 교사를 학생들은 '엄마쌤, 우리 엄마쌤'이라고 부른다.
평소 자기를 위한 머리핀 하나 사지 않는 김 교사지만, 올 초에 확인해보니 통장에 2000만원의 빚이 생겼다. 아이들 먹이고 입히느라 생긴 '훈장'이었다.
함박초 배구부는 올해 인천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8강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8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교류전에선 일본 초등 대표팀을 이겼다.
김 교사가 무엇보다 기쁜 것은 운동을 시작한 후 학생들 눈빛이 달라진 것이다. 방황하며 가출을 수없이 하던 김진영(가명·12)군은 요즘 배구 연습 시간만 기다린다. 배구부 주장 김태연(12)군은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전에는 국·영·수·사·과 5과목 전부 D등급을 맞았는데, 이번 시험에선 수학만 빼고 전부 B등급 맞았어요!"
김 교사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외할아버지가 있는 전남 진도에서 혼자 학교를 다녔다"며 "그때 한 여선생님이 나를 항상 집에서 먹이고 재우고 친딸처럼 돌봐주셨는데, 지금 그 빚을 갚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