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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으로 만나는 큰 인물 이야기] 인권 운동 펼친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

2014/12/07 16:42:28

"할아버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차별이 얼마나 심했는데요?"

수지가 물었다.

"이 나라는 오랫동안 백인들이 정치를 했는데,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분리하는 '아파르트헤이트'란 인종 차별 정책으로 흑인들을 차별했지."

"네? 재활용을 위한 쓰레기 분리는 들어 봤어도 피부색으로 사람을 분리한다는 건…."

"선우 말이 맞다, 분리는 그럴 때나 하는 거지. 넬슨 만델라가 피부색 때문에 겪은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네, 해 주세요!"

"어느 날 넬슨 만델라가 길을 걷고 있는데 뚱뚱한 백인 여자가 자동차 사이에 끼어서 낑낑대고 있더래. 넬슨 만델라가 보기에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아서 급히 다가가 차를 밀어주었는데, 그 백인이…."

"어떻게 했는데요?"

만물상 할아버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우가 급히 물었다.

"'여기 6펜스!' 하며 돈부터 내밀더라는 거야. 그래서 넬슨 만델라가 정중하게 거절을 했더니 이번에는 화를 벌컥 내면서 '역시 흑인들이란…, 돈을 더 달라는 거군? 이봐, 어림도 없으니 그냥 이거나 받아!' 하면서 돈을 툭 던지고 갔다는구나."

이때 선우가 수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히히, 그 백인 꼭 수지 같네요. 앞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게 똑같아요!"

수지는 선우 말에 대꾸도 없이, 만물상 할아버지에게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저 같았으면 그 백인한테 따졌을 거예요.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무시해요?"

"그래, 수지처럼 따지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몰라. 그런데 그 당시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어. 백인이 쓰고 가던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면 그 옆을 지나가던 흑인이 그 모자를 주워 줘야 하는 때였으니까. 백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흑인은 처벌을 받는 때였단다."

"백인의 말을 안 듣는다고 처벌을 받다니, 좀 이해가 안 돼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았어. 영국인들은 백인이 최고라며 흑인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았지. 인간 취급을 안 했으니 그들에게 인권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겠지. 사람은 누구나 자기 뜻대로 할 권리가 있는데도 말이야."

그러자 선우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

"난 누가 내 사탕만 빼앗아 먹어도 화가 나는데, 권리를 빼앗긴다면…."

"넬슨 만델라의 아버지도 백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장 자리에서 쫓겨났단다. 하루는 마을에서 소가 없어졌는데, 넬슨 만델라의 아버지는 이 일을 부족의 전통대로 처리하려고 했어. 그런데 이 일을 알게 된 영국 치안 판사가 출두 명령을 내렸단다. 하지만 넬슨 만델라의 아버지는 부족의 문제를 영국의 법대로 처리하고 싶지 않다면서 가지 않았어. 그랬더니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장 지위를 빼앗았단 말이지요? 무슨 그런 억울한 경우가 다 있어요?"

선우의 말에 수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억울한데 해결할 방법이 없었으니, 그 답답함이 오죽했겠니? 흑인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억압받으며 살았단다."

☞ 넬슨 만델라(1918~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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