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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조선] 워킹맘, 목동에서 살아남기… 명문대는 누가 가나?

2014/12/03 16:11:31

목동에서 공부한다고 모두 명문대 가는 건 아냐

하지만 이렇게 드러내놓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과 축하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수능이 끝나도, 대입 결과가 발표되어도 결과를 서로 묻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는다. 고3 수험생 학부모가 먼저 말하기 전에 물어보는 것은 실례 중 실례다. 서로 친한 엄마들 사이에서 그저 입소문으로 “어디 갔다더라”라고 하거나, “인 서울(In Seoul;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는 것) 못 했다더라”라는 게 퍼질 뿐이다. 얼마 전, 친한 엄마 중 한 명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다.

“부모가 모두 서울대 출신인 사람들도 목동에 꽤 많거든. 근데 자식들 다 공부 잘하는 경우 많지 않아. 내가 아는 한 서울대 출신 엄마도 애가 수도권도 아닌, 대전에 있는 M대학 갔어. 사춘기 때 부모와 사이가 틀어지거나,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리면 서울대 아니라 하버드대 나온 부모도 아무 소용 없어.”

정말 그랬다. 똘똘이 친구 엄마 중에도 첫째 아이를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보낸 경우도 제법 있다. 부모의 직업이 교수, 사업가 등이다. 지난해 목동에 사는 한 친구 엄마의 아들은 수능 시험에서 4개를 틀렸는데,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떨어졌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초등생 엄마들은 항상 묻는다.
“도대체 명문대에 가는 애들은 누구예요?”라고.   

아이가 목동의 일반고 2학년인 한 엄마는 나에게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면서 일반고의 입시 현황을 들려줬다.

“우리 아이 학교의 경우, 반에서 5등 안에 들어야 숙명여대 정도까지 갈 수 있어. 반에서 20등 안에 못 들면 서울권 대학이나 수도권 대학도 힘들고. 초등학교 때 수학학원, 영어학원 다 보내면서 내가 들인 사교육비가 얼마인데…. 이런 거 생각하면 속이 터져서 애한테 괜히 신경질을 부린다니까.”

다른 엄마가 또 다른 이야기를 덧붙였다.
“엄마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명문대 졸업하고도 백수로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엄마들 모임이 고등학교까지만 이어지니까 그 이후에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음알음 아는 사람만 알잖아. 소문이 안 나니까 잘 모르지. 하지만 명문대 들어가는 게 문제가 아니야. 취업이 더 문제야, 더 문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혼란스럽다. 그리고 한편으로 왜 목동이나 강남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청소년 정신 건강이 나쁜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목동에서도 명문대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걸 아는 순간 ‘뿌리’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자녀가 명문대에 갈 확률이 높다는 전제를 하고, 그동안 수많은 불편을 참아온 학부모들이 아니던가. 이렇게 되면 보통의 학부모들은 보상 심리가 무척 강하게 작용한다. 흔한 레퍼토리가 또 나오는 것이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하는 줄 아느냐….”
이렇게 시작되는 신세 한탄이다. 이게 주기적으로 반복되다 보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강한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경쟁이 당연한 듯 느껴지는 환경에서 살다 보면, 계속 경쟁의 강도가 세지고 있음에도 본인은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학교교육과 영어학원, 수학학원으로도 충분히 지쳐 있는 아이에게 국어논술학원, 영어독서학원, 주말 체험학습학원 등등 각종 좋다는 학원을 쉬는 시간 틈틈이 집어넣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것도 하면 좋고, 저것도 하면 좋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 자꾸만 욕심이 늘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는 첫째 아이 학부모들과 모임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이런 경쟁의 강도가 높아진다.

내 경우 친언니가 3명이나 있어서 무려 6명의 조카들이 어떻게 크는지 지켜볼 만한 벤치마킹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똘똘이에 대한 욕심을 부리려고 할 때마다 언니들이 “다 소용없다”거나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며 제지했기 때문이다. 언니들이 말릴 때마다 ‘왜 못 하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불만을 가질 때도 가끔 있었지만, 지나고 나면 언니들 말이 맞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교육에 관한 한, 엄마가 보상 심리를 갖게 되면 모든 일을 그르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너한테 들인 학원비가 얼마인데”, “우리가 뭘 바라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 엄청난 마음의 부담과 짐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와 부담을 이기지 못하면 아이는 당연히 삐뚤어질 수밖에 없다.

며칠 전, 한 달 후에 목동으로 이사 온다는 지인을 만났다.
“목동으로 왜 오세요?” 나는 그 지인에게 이런저런 목동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지만 기대에 잔뜩 부푼 지인에게 그 이야기가 잘 먹혔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 반면, 목동을 떠나려고 준비하는 지인도 있다. “어차피 목동이든 아니든 상위 1%만 명문대 진학이라는 결과를 볼 수 있다면, 그 낮은 확률에 목숨 걸고 아이를 혹사시키기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나는 아직 목동을 떠나지 못한다. 아니, 떠나지 않는다. 똘똘이를 전학시켜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키는 그 무모한 도전을 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목동에서도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다는 배짱을 아직은 갖고 있다. 하지만 매년 쉬워졌다 어려워졌다 변별력을 알 수 없는 수능 시험 결과 하나에, 전국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이런 입시전쟁은 끝내고 싶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왜 우리의 입시와 교육 제도는 수십 년째 그대로일까. 경쟁은 있지만, 경쟁이 모든 개성을 파괴시키지 않는 교육. 아이들 하나하나의 재능에 주목하고 그들이 향후 50년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즐거움과 배움의 즐거움, 친구와 어울려 함께 지내는 즐거움을 느끼는 교육. 나는 미래의 교육이 그런 교육이었으면 좋겠다.

 

박란희 편집장은…
‘저녁이 있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인 워킹맘이다. 〈조선일보〉에서 〈여성조선〉, 〈주간조선〉,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살다 2007년 남편을 따라 미국 시애틀에서 2년간 주부로 살았다. 현재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www.betterfuture.kr 또는 future.chosun.com)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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