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30 19:05:02
가게 안에는 손으로 채널을 돌리는 텔레비전부터 나무로 만든 상자 속의 텔레비전까지 다양한 종류의 텔레비전이 있었다.
"내가 유독 텔레비전에 관심이 많아 좀 모았단다. 뭐, 백남준처럼 비디오 예술가가 되려는 건 아니지만. 하하."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 보던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백남준이요? 들어 본 이름 같은데…."
선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커다란 텔레비전 탑을 만든 사람이죠? 작년에 엄마랑 갔을 때 봤어요."
수지가 아는 척을 했다.
"텔레비전 탑이라고? 하하하. 그렇게도 보이겠구나. 그건 '다다익선'이라는 작품이란다. 그나저나 집에서 안 보고 왜 여기서 텔레비전을 보겠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사실 피아노 학원을 가야 하는데, 제가 정말 보고 싶은 텔레비전 프로가 방금 시작됐거든요."
선우의 말에 나재주 아저씨가 텔레비전 안테나를 바로 세우며 말했다.
"선우는 백남준과 반대구나. 백남준의 아버지는 백남준이 피아노 치는 걸 싫어했지. 자신의 뒤를 이어 사업가가 되기를 바랐거든. 백남준은 그런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서 피아노를 배우고 음악 공부를 했단다."
"그 옛날 피아노를 배웠으면 집이 부자였나 봐요."
선우가 자신의 피아노 가방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부자였지. 그 시절에 피아노를 배우고 자가용을 타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친구들은 전혀 몰랐단다. 집이 부자라고 자랑도 하지 않았고, 옷도 허름하게 입고 다녔거든."
"백남준은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나 봐요."
수지가 텔레비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