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인생 12년, 성장 속도 남달라
"사실 시니어 올라와서 첫 월드컵 참가라 기대 안 했는데,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서 기뻐요. 석희 언니가 많이 도와줬어요. 제가 좀 더 편하게 레이스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요. 먼저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줬죠. 덕분에 아리아나 폰타나(24세·이탈리아) 선수를 추월해 1500m 1위를 할 수 있었어요."
지난 26일 오후 1시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최민정은 겸손했다. 조용하고 말수가 없었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어른 못지않은 내면의 힘이 느껴졌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빵 이야기를 하면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고1 소녀였다.
최민정 선수가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건 유치원생이던 5살 때다. 아버지 권유로 당시 집 근처 아이스링크장에서 진행된 겨울방학 스케이트 특강에 참여했다. 그는 "재밌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 얼음 위를 쭉 미끄러져 나가는 게 정말 재밌더라고요. 속도감도 즐길 수 있고, 시원하기도 하고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쇼트트랙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쇼트트랙의 매력이요? 음,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단 점이요."
초등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인 2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나가는 대회마다 시상대에 섰고, 중학생이 되어선 숱한 대회에서 고교생 언니들을 따돌리고 1등을 하며 '특급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중3이던 작년엔 주니어 대표 선발전에서 전 종목 1위를 기록했고, 올 초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선 3위에 랭크됐다. 올해 9월까지 3차에 걸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3차 선발전에선 종합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