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조대원'이 동행하는 수학여행
지난 3일 오전 7시 50분 서울 우신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손에 저마다 커다란 캐리어(여행용 가방)가 들려 있다. 6학년 학생들이 경주로 수학여행 떠나는 날. 학생들 틈에 제복을 갖춰 입은 '119 구조대원'이 눈에 띄었다. 수학여행에 안전요원으로 동행하게 된 한진우(46) 영등포소방서 구조2팀장이다. 배웅 나온 엄마들이 구조대원에게 다가갔다.
"기사님들 과속하지 않도록 지켜봐 주시고, 우리 아이들 안전도 잘 부탁드려요."
한진우 팀장은 경력 20년의 베테랑 구조대원. 2박 3일간 학생들과 모든 일정을 함께하며 응급 상황에 대비한다. 그는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진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다. 작은 사고도 일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부터 관내 특수학교와 안전 취약 학생이 많은 초등학교 32곳을 선정, 수학여행에 119 구조대원을 동행시키고 있다. 최은순 우신초 교감은 "수학여행을 앞두고 119 구조대원이 학교에 방문해 선생님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2시간 동안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6학년 108명 전원이 여행에 참여해 더욱 뜻깊다"고 전했다.
6년간 정들었던 친구들과의 마지막 추억 여행은 동심을 들뜨게 했다. 성윤아 양은 "어제 밤잠을 설쳤다"며 웃었다. 김태정 양은 "4·5학년 수련회 때와 달리 안전요원이 함께 가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호응도 뜨겁다. 권정일(44)씨는 "봄에 그런 일(세월호 사고)이 있어서 조금 걱정됐는데 119 구조대원을 보니 안심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