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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으로 만나는 큰 인물 이야기] 칠칠단의 비밀·만년셔츠… 잡지 '어린이'에 많은 동화 남겼지

2014/10/26 16:17:49

털보 삼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꼬마 방정환은 이야기 만드는 것도 좋아했어. 자신이 만든 이야기로 연극 놀이를 하기도 했지."

"동네 친구들과 연극 놀이를 했겠네요?"

수지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랬겠지? 꼬마 방정환은 연극에서 자기가 주인공 역할을 할 때가 많았어. 친구들은 여러 가지 역할로 변신하는 방정환을 보고 모두 즐거워했지."

"그런데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해서 대대로 부유했던 집안이 몰락하는 바람에 방정환 선생은 아홉 살 때부터 가난하게 살았다지?"

만물상 할아버지가 털보 삼촌에게 물었다.

"맞아요, 풍족한 집안에서 귀염만 받던 개구쟁이가 배고픔과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된 거죠. 그래도 방정환 선생은 달라진 환경에 차츰차츰 적응해 갔어요. 물 긷기, 쌀 꾸러 다니기 등 잡일도 도맡아서 했죠."

"대단하네요. 만약 저라면 갑자기 가난해진 게 슬프고 억울해서 아무것도 못 했을 것 같아요."

털보 삼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물론 어린애였으니까 방정환 선생도 힘들었겠지.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워낙 밝고 씩씩했나 봐. 그리고 그렇게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덕에 '만년셔츠'는 유명한 동화가 탄생할 수 있었단다."

만물상 할아버지의 말에 수지가 손뼉을 쳤다.

"앗, 저 그 동화 읽은 적 있어요. 읽다가 찔끔 눈물도 흘렸는걸요."

"수지 네가? 읽다가 하품한 건 아니고?"

선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놀리듯 말했다.

"흥, 너처럼 감정이 메마른 애가 책을 읽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다는 게 뭔지 알기나 할까?"

둘의 말싸움이 이어지자 털보 삼촌이 서둘러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자자, '만년셔츠' 이야기를 더 들려줄게. '만년셔츠'는 가난한 소년 창남의 이야기야. 몹시 추운 겨울날 체육 선생님이 운동장에서 아이들에게 윗옷을 벗으라고 했어. 하지만 창남은 옷을 벗지 않고 머뭇거렸지. 교복 안에 셔츠를 입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교복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거든. 추운 겨울에도 교복 안에 셔츠를 입지 못할 만큼 창남은 너무 가난했던 거야. 그후 창남은 학교에서 '만년셔츠'라는 별명을 얻었어. 하지만 자신보다 불쌍한 사람을 도우며 언제나 밝고 씩씩하게 웃으며 살아갔단다. 아마 실제로 방정환 선생은 '만년셔츠'의 주인공과 비슷한 성격이었을 거야.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했거든."

털보 삼촌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수지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잡지 '어린이'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보고 싶어요."

털보 삼촌이 '어린이'를 건네주자 수지는 서둘러 책장을 넘겼다. 선우도 옆으로 와서 함께 보았다. 수지가 신기한 듯 말했다.

"와, 여기 다른 나라 어린이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기사도 있어요!"

"동요 가사도 실려 있네."

선우와 수지는 잡지 '어린이'가 생각보다 재미있는지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앗, 맨 뒷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네요. '씩씩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늘 사랑하며 도와 갑시다.'"

"그 문구는 '어린이'에 언제나 실리는 말이었는데, 소년 운동을 하던 방정환 선생이 모든 어린이에게 항상 강조하고 싶은 교훈이었단다."

☞ 방정환(1899~193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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