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9 16:11:01
"세종대왕은 어릴 때부터 책을 정말 좋아했다죠?"
"세종대왕 곁에는 항상 책이 있었어. 밥을 먹으면서도 책을 볼 정도였는데, 하루는 아들의 건강을 걱정한 아버지 태종이 책을 다 치워 버렸어. 그러자 병풍 뒤에 숨은 책 한 권을 찾아내 백 번도 넘게 읽었단다."
수지는 어린 세종대왕에게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만물상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세종대왕은 중요한 책은 백 번도 넘게 읽어 아예 외워 버렸고, 잘 모르는 것은 그 뜻을 알게 될 때까지 끝없이 읽고 또 읽었단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훌륭한 임금이 될 수 있었던 거지."
그때 꽃돼지 아주머니가 음식 바구니를 들고 만물상으로 들어왔다.
"출출하실 것 같아서 떡볶이 좀 가져왔어요."
떡볶이 냄새에 수지가 군침을 꼴깍 삼키자 만물상 할아버지도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
"세종대왕은 백성의 고통을 함께 겪은 분이란다."
"고통을 함께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선우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종대왕은 22세의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는데, 왕위에 오른 후 무려 7년 동안이나 나라 안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어. 농작물이 말라 죽어 많은 백성은 굶어 죽을 지경이었지. 세종대왕은 지금의 광화문 거리에 큰 가마솥을 내다 걸고 굶주린 백성에게 죽을 쑤어 먹였어."
선우가 역시 세종대왕이라는 듯이 엄지를 치켜들자 꽃돼지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심지어 궁궐 안 경회루 동쪽에 초가집을 지어 놓고 거기서 나랏일을 보며 백성을 걱정했다지요?"
만물상 할아버지가 답했다.
"세종대왕은 현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높은 의자에 앉아 명령만 내리는 임금이 아니라, 배고픈 백성과 함께하는 임금이었지."
"세종대왕은 어떻게 하면 백성이 잘살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했다면서요?"
수지가 만물상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래, 백성을 잘살게 하려고 '농사직설'이라는 책도 펴냈어. 당시 조선은 백성의 90%가 농민이었거든."
"'농사직설'이라면 농사에 관한 책인가요?"
"그래. 우리 땅과 기후에 맞는 농사 기술을 정리한 책이지. 세종대왕은 남보다 뛰어나게 농사를 잘 짓는 농사꾼을 찾아내서 그 비법을 조사했어. 그리고 꼼꼼하게 정리해서 널리 알렸지. 그 덕분에 농민들은 전보다 훨씬 더 많은 곡식을 거둬들일 수 있었단다."
만물상 할아버지가 이어서 말했다.
"백성을 잘살게 하려는 세종대왕의 노력은 농사법 개량에서 세금 제도를 바로잡는 것으로 이어졌단다. 수확량이 늘어도 세금을 많이 낸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테니 세금 부담을 줄인 거지."
선우와 수지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세종대왕은 '우리 것'을 만들고 되살리려고도 노력했단다."
만물상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조선의 지배 계층이었던 양반들은 '조선 것'보다 '중국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거든. 중국 책으로 공부해서 과거를 보고 벼슬길에 올랐어. 몸이 아프면 중국 약재로 치료하고, 중국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입었지. 나라의 중요한 행사 때는 중국 악기로 중국 노래를 연주했어."
"그렇게 중국 것만 좋아하면 조선은 어떻게 발전하죠?"
"세종대왕이 걱정한 게 바로 그거야. 조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선의 실정에 맞는 '조선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아, 알겠어요. 그래서 우리 문자인 '훈민정음'을 만드신 거죠!"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도 만들고요!"
선우와 수지가 소리치자 만물상 할아버지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뿐이 아니야. 세종대왕은 인쇄술을 발전시켜 우리 책을 만들었어. 음악은 우리 정서에 맞게 바꾸고 우리 악기를 만들었지. 우리 땅에서 나는 약재들을 조사해 의학 백과사전도 만들었단다."
☞ 세종대왕(1397~14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