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9 08:06:24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겸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등 재벌가 자녀가 외국인학교에 불법·편법으로 입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8일 교육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경기교육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구 총재의 장녀가 외국인학교에 불법으로 입학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박 회장의 차남과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두 딸, 정일선 BNG스틸 사장의 차녀는 편법으로 입학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들이 외국 영주권을 불법 취득하는 방식으로 불법·편법 입학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재벌가 자녀들은 상대적으로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하기 쉬운 싱가포르나 에콰도르, 캄보디아를 선택했다. 이 국가들은 현지에 일정 부분 투자만 하면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정 의원이 지적한 재벌 가족은 지난 2012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외국인학교 불법 입학으로 처벌했던 47명의 학부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엔 연예인 자녀들의 불법 입학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정 의원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구 총재 장녀는 2009년 1월 사립초등학교에서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로 전학하는 과정에서 영주권이 없음에도 내국인전형(영주권 입학자격)으로 들어갔다.
이후 구 총재의 가족은 싱가포르 경제에 공헌한 공로로 영주권을 취득했고 장녀가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지 1년 뒤 싱가포르 영주권을 학교에 제출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입학 후 서류를 제출한다는 전제하에 입학을 허용했다.
박 회장 차남 역시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해 서울국제학교에 입학했다. 박 회장은 2004년 두산상사 싱가포르 현지법인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박 회장의 차남은 이를 통해 가족자격으로 영주권을 취득했다. 정 의원은 박 회장의 차남이 실제로 싱가포르에 거주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의 두 딸은 에콰도르 영주권을 취득해 역시 서울국제학교에 입학했다. 에콰도르 영주권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투자로 취득할 수 있었다. 에콰도르는 지난 2012년 브로커를 통한 허위국적 취득과 관련, 검찰이 수사에 나섰던 중남미 주요 국가 중 하나였다.
정 사장의 차녀는 2006년 1월 정 사장의 부인과 캄보디아 시민권을 취득했다. 당시 차녀의 나이는 7살이었다. 그는 캄보디아 시민권 취득 2개월 후인 2006년 3월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에 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했다.
정진후 의원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들을 위해 설립된 외국인학교가 사회지도층들의 불법·편법입학으로 설립목적이 변질하고 있다"며 "검찰은 불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추가로 있는지 수사에 착수하고 교육부는 투자이민 등을 통해 해외국적을 취득해 편법으로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는 경우가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