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스포츠 과학 연구소인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일한다. 그를 포함한 20명의 연구원이 전공에 따라 종목을 나눠 국가 대표팀을 지원한다. '스포츠 과학'을 접목시켜 선수들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법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선수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체력 측정과 동작 분석을 해보면 몸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훤히 보입니다. 여기서 문제점이 나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훈련법을 개발, 제시합니다. 양쪽 다리 근육의 비율이 맞지 않을 땐 밸런스를 맞춰주는 훈련법을 주고, 유연성이나 근지구력이 부족할 땐 이를 보완하는 훈련을 추가합니다."
정 연구원은 여러 종목 가운데서도 펜싱·수영· 스키를 담당한다. 펜싱을 맡은 건 올 초부터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다리 앞쪽 근육 훈련을 많이 해서 앞으로는 빠른데 뒤로 물러나는 속도가 느립니다. 팔도 중요한데요. 발과 팔이 타이밍을 맞춰 잘 들어가야 합니다. 이걸 '협응성'이라고 하지요."
정 연구원은 펜싱 칼 대신 막대기와 볼펜을 들고 씨름한 끝에 '스텝 트레이닝'이라는 새로운 훈련법을 만들었다. 음악에 맞춰 펜싱 스텝을 밟는 훈련이다. 펜싱 시합 시간에 맞춰 3분 사이클로 음악을 편집, 다리와 팔 동작을 동시에 하게 했다.
"처음 연습할 땐 엉망진창이었어요(웃음). 음악에 발만 맞추기도 어려운데 팔을 동시에 맞춰야 하니까 난리 났죠.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몸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더군요. 발을 바꿔가며 훈련하기 때문에 부상 예방에도 좋아요.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양쪽 다리 굵기가 다른데, 그러면 골반이 틀어지고 허리에 무리가 오거든요. 양쪽 다 훈련하게 함으로써 허리와 무릎에 생기는 부상을 예방할 수 있어요."
몸 풀기 동작처럼 단순해 보여도 10곡 정도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푹 젖을 만큼 힘들다. 30분을 계속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씨스타의 'Touch My Body', EXO-K의 'Run' 등 최신 음악을 도입한 건 힘들어졌을 때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방심하면 박자를 놓치기 때문에 집중력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됐어요. 펜싱은 순간 멍하면 점수를 잃는 경기라 집중력이 중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