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4 14:44:11
참가자 명단〈지난해 경쟁률 순·사진 왼쪽부터〉
이명학 이화여고 입학홍보부장, 최승태 한가람고 교무부장, 김상욱 한양대사범대부속고 입학관리부장, 이현익 휘문고 입학 담당 교사
◇성적·외부 스펙 기재 금지는 사교육 유발 때문
성적 제한 없는 추첨으로 1단계를 통과한다고 해도 2단계에서는 교과 성적이 반영되지 않을까. 네 교사는 모두 "애초에 지원자가 교과학습발달사항과 수상 경력이 삭제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제출하므로 교과 성적은 당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에 자기주도학습과정을 설명하며 성적을 노출할 경우는 어떨까. 최승태 교사는 "외부 스펙 기재를 금지하는 이유는 사교육 유발 요인이기 때문"이라며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교내 성적을 향상시킨 경우를 언급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욱 교사는 "점수 등 구체적인 수치는 삭제돼 면접위원에게 전달된다"며 "스스로 자기소개서 분량을 깎는 행위이므로 지원자 본인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자기주도학습의 '과정'에만 초점을 맞춰 기술하는 게 안전하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면접은 서울 지역 자사고 입시에서 올해부터 새롭게 추가된 전형 요소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의 평가 영역은 크게 △자기주도학습영역(꿈과 끼 영역) △인성영역으로 나뉜다. 평가는 세부적으로 이뤄지지만 자기소개서는 영역 구분없이 각 항목을 모두 포함해 12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서류 점수는 따로 매기지 않고 면접을 위한 자료로만 활용한다.
교과 성적과 수상 경력 등 정량 평가 요소를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마다 면접 문항 개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명학 교사는 "1단계 통과자가 추려지면 면접위원이 합숙을 통해 학생 개인별 맞춤형 문항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지역 자사고 지원 학생은 개인별로 해당 학교 교사 2인과 서울시교육청 위촉 면접위원 1인 등 총 3명의 면접위원과 마주하게 된다. 학생 1명당 허락된 시간은 5분 남짓. 이현익 교사는 "학생의 중학생활 가운데 자신 있게 답하고 깊이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례만 자기소개서에 기술한다면 면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형일·학교 유형 관계 없이 1개 고교에만 지원 가능
전기고등학교 전형(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등)에서는 전형일과 학교 유형에 관계없이 오직 1개 고교에만 지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학교 특색을 잘 살펴보고 신중하게 지원해야 한다.
이화여고의 교훈은 '자유, 사랑, 평화'다. 이명학 교사는 "이화여고는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꽃을 아름답게 키우고자 하는 자유 △받으려는 사랑이 아니라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사랑 △사랑을 실천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려는 학생을 원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비교과활동 등 교내생활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위주로 이타심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이 유리하다.
한가람고는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 보장 △75분 수업 등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유명하다. 최승태 교사는 "반바지 교복 등이 유명세를 치르면서 한가람고를 마냥 재밌는 학교로 아는 학생도 있다"며 "교육과정의 수준이나 질이 높은 만큼 공부하려는 의지가 확고한 학생이 지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희는 '지성', 즉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학생을 원합니다. 토론 위주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등 즐겁고 유익한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반드시 필요해요."
'사랑의 실천'을 건학 이념으로 삼은 한대부고는 자기소개서에 '본교의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과 교훈인 근면, 정직, 겸손, 봉사를 실천한 내용'을 쓰도록 했다. 김상욱 교사는 "지원자가 아직 어린 학생이니만큼 유려한 자기소개서보다는 학생부-자기소개서-면접에 일관성이 있고, 거짓말하지 않는 학생을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휘문고는 네 학교 가운데 유일한 남고다. 이현익 교사는 "남자 중학생이 상대적으로 학생부에 덜 신경 쓰고, 글쓰기 실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따라서 정직·솔직하게 자신만의 언어를 활용한 학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휘문은 자아실현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큰사람'을 기르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자아를 찾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학생을 뽑아야죠. 독서활동·리더십·봉사활동·지적호기심 등을 두루 고려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