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율 강조하는 시스템
이날 오후 1시 반, 멀티미디어 강의동의 한 강의실에 '상산 Fellow' 부원 여덟 명이 모였다. 인문·자연계열 학생이 한데 모여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는 동아리 활동이다. 건축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는 2학년 채영준군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 대해 발표했다. 외국의 건축 양식과 우리의 것을 비교하는 채군의 강의에 다른 학생들은 필기까지 해 가며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토론하며 열띤 시간을 이어갔다.
이 활동은 바로 상산고가 자랑하는 '상산 자기역량 강화 프로그램'(SSEP·Sangsan Self-Empowerment Program)이다. 교사의 개입 없이 학생들 스스로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심화 공부를 하고 발표·토론하는 활동이다. 상산고는 SSEP를 통해 의대 선발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는 논·구술, 면접에 대한 역량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도록 한다. SSEP는 교과 과정에 속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과 과제 연구 등 관련 활동을 학생부나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에도 쓸 수 있다. 올해 졸업생인 양모(울산대 의예과 1년)씨 역시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양씨는 학생부와 논술을 50%씩 반영하는 울산대 수시 일반전형에 합격했다. 그는 공을 동아리 활동에 돌렸다. "과학 잡지를 발간하는 동아리 '포스트'(POST)에서 활동했는데 점심 시간을 주로 활용했죠. 교과서 밖의 과학 이슈를 기사로 작성하고 친구들의 기사를 참고하면서 시야가 넓어졌어요. 과학 논술 문제는 주로 교과 내용을 응용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상산고는 원래 △과제 연구 △동아리 활동 △자율학습 등을 할 수 있도록 점심 시간을 정오부터 오후 1시 반까지로 길게 마련했었다. 올해부터 점심 시간에 뒤이은 5교시에 SSEP를 편성해 자율 활동을 더 강화했다. 30분 만에 식사를 마친다면 5교시까지 약 2시간이 생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