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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선수 돼 후배들 야구장 지어줄래요"

2014/09/01 09:30:32

"긴장 안 한 척 연기했어요"

올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은 서울 선발팀이다. 7월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을 6전 전승으로 통과한 뒤 미국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달 9일 미국으로 날아간 대표팀은 체코(15일), 푸에르토리코(18일), 일본(21·24일), 미국(25일)과 맞붙어 모조리 이겼다. 만 열두살. 경기에 대한 긴장감은 어린 선수들을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관중이 많아서 긴장됐어요. 한국에서 경기할 땐 부모님들 빼곤 사람이 없거든요. 갑자기 몇만명 앞에서 하려니 적응이 안 됐어요."(신동완)

가장 부담됐던 경기는 첫 한일전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승리를 예상했다. 결과는 4대2. 한국의 승리였다.

팀의 유일한 사이드암(공을 옆으로 던지는 투구 동작) 김동혁 군은 "한일전이라 꼭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어른들도 한일전은 꼭 이겨야 한다고 하잖아요.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어요.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김동혁의 호투가 팀 승리를 견인했다'고 나와 있어서 기분 좋았어요(웃음)."

3회 선취 2점 홈런을 터뜨린 최해찬 군도 감회가 남달랐다. 이전 경기에서 비교적 부진했기에 기쁨이 더 컸다. "체코전 때 실책도 하고 안타도 하나밖에 못 쳤어요.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는데, 홈런치고 나서 페이스를 되찾았어요."

황재영은 6회(리틀야구는 6회가 마지막) 2대2에서 솔로 홈런을 때려 팀 승리를 굳혔다. 세 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이어 6회 말 마무리 투수로 나가서도 완벽하게 일본을 막아냈다. 황재영 군은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뿌듯했다"고 떠올렸다.

매 경기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선수들은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최해찬 군은 "긴장해도 절대 티를 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떨면 상대팀 기가 올라가요. 기선제압을 위해 웃고 장난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요." 전략이 통한 걸까. 두 번째 한일전에서는 12대3 대승을 거뒀다.

오합지졸에서 최강팀으로

한국 대표팀은 최종 결승전에서 미국 시카고 지역 대표팀 재키 로빈슨 웨스트를 8대4로 제치고 우승했다. 신동완과 최해찬은 5회와 6회 각각 솔로 홈런을 그리며 '번개 세레모니'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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