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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안 한 척 연기했어요"
올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은 서울 선발팀이다. 7월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을 6전 전승으로 통과한 뒤 미국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달 9일 미국으로 날아간 대표팀은 체코(15일), 푸에르토리코(18일), 일본(21·24일), 미국(25일)과 맞붙어 모조리 이겼다. 만 열두살. 경기에 대한 긴장감은 어린 선수들을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관중이 많아서 긴장됐어요. 한국에서 경기할 땐 부모님들 빼곤 사람이 없거든요. 갑자기 몇만명 앞에서 하려니 적응이 안 됐어요."(신동완)
가장 부담됐던 경기는 첫 한일전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승리를 예상했다. 결과는 4대2. 한국의 승리였다.
팀의 유일한 사이드암(공을 옆으로 던지는 투구 동작) 김동혁 군은 "한일전이라 꼭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어른들도 한일전은 꼭 이겨야 한다고 하잖아요.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어요.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김동혁의 호투가 팀 승리를 견인했다'고 나와 있어서 기분 좋았어요(웃음)."
3회 선취 2점 홈런을 터뜨린 최해찬 군도 감회가 남달랐다. 이전 경기에서 비교적 부진했기에 기쁨이 더 컸다. "체코전 때 실책도 하고 안타도 하나밖에 못 쳤어요.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는데, 홈런치고 나서 페이스를 되찾았어요."
황재영은 6회(리틀야구는 6회가 마지막) 2대2에서 솔로 홈런을 때려 팀 승리를 굳혔다. 세 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이어 6회 말 마무리 투수로 나가서도 완벽하게 일본을 막아냈다. 황재영 군은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뿌듯했다"고 떠올렸다.
매 경기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선수들은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최해찬 군은 "긴장해도 절대 티를 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떨면 상대팀 기가 올라가요. 기선제압을 위해 웃고 장난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요." 전략이 통한 걸까. 두 번째 한일전에서는 12대3 대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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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합지졸에서 최강팀으로한국 대표팀은 최종 결승전에서 미국 시카고 지역 대표팀 재키 로빈슨 웨스트를 8대4로 제치고 우승했다. 신동완과 최해찬은 5회와 6회 각각 솔로 홈런을 그리며 '번개 세레모니'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