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시간의 문으로 모험하듯 상상은 삶의 활력 주죠"

2014/08/18 16:51:32

어릴 적 고향집이 '율리시스 무어'의 모델

바칼라리오는 20대 중반까지 이탈리아의 아키테르네라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살았다. 그곳은 '율리시스 무어'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의 고향집은 '빌라 아르고'의 모델이 됐다. '시간의 문'의 모티브가 된 오래된 문도 거기에 있다. 어릴 적 그는 날마다 그 문을 열고 다른 세계로 향하는 상상을 했다.

"율리시스 무어의 모델은 제 아버지예요.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아주 똑같아요. 율리시스 무어가 절름발이로 나오는데, 글을 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고 다닌 적이 있어요. 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했죠(웃음)."

항상 책을 가까이했던 부모님과 할머니 덕에 그도 남들보다 책을 많이 읽고 자랐다.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해요.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죠. 부모님이 TV를 보면 TV를 보고, 핸드폰을 보면 핸드폰을 봐요. 우리 집에는 책이 무척 많았어요. 부모님과 할머니가 늘 책을 읽고 있으니까 어른이 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린 시절의 독서 경험이 작가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스물세 살이 되던 해 이탈리아문학상 공모전에서 1등으로 당선되면서 작가가 된다. 당시 그는 자신의 이름 대신 옆집 아저씨 이름으로 작품을 내놨다. "누구의 이름으로 글을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야기가 중요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율리시스 무어' 시리즈에서 작가인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상상은 현실을 즐겁고 풍요롭게 만들어"

지난해 시즌 2로 돌아온 '율리시스 무어'에는 머레이, 미나, 셰인 등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시즌 1의 주인공들과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다.

"시즌 1의 아이들이 모험할 준비가 다 돼 있어서 '바로 떠나자!' 하는 분위기였어요. 반면 새로운 주인공들은 판타지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아요. 보다 현실적인 아이들이죠. 판타지 세상에서는 휴대전화나 전자기기를 쓸 수 없는데 시즌 1 아이들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시즌 2 주인공들은 그런 것들을 버리기 싫어해요."

우여곡절 끝에 모험을 떠난 시즌 2의 주인공들. 막상 판타지 세상에 들어가자 이번엔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싫어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판타지를 꿈꾸는 건 좋지만, 현실과 판타지를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칼라리오는 "현실과 판타지를 잘 왔다 갔다 하면 삶이 훨씬 즐겁고 풍요로워진다. 율리시스 무어를 통해 아이들이 그걸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창원에 갔을 때 묵었던 숙소 화장실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어요. 전에 있었던 사람이 놓고 간 것 같았죠. 저는 이런 상상을 했어요. 한 아이가 부모님과 여행을 왔는데 지루해하던 차에 화장실에서 종이쪽지를 발견한다. 그런데 거기에 '구해주세요'라는 다급한 메시지가 적혀 있다. 아이의 모험이 시작되는 거죠." 그의 판타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