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THE 인터뷰] 숨고, 도망치고, 꼼짝하지 않은 채 몇 날을 애태우고 "곤충과의 눈치 싸움, 만만치 않았죠"

2014/08/17 17:55:10

지난 7일 만난 김진만(43) PD는 "원래는 곤충을 싫어했다"며 웃었다. "'아마존의 눈물'을 함께 만든 손인식 촬영감독이 3D 다큐를 찍고 싶다고 해서 시작하긴 했는데 솔직히 내키진 않았어요. 그런데 조사를 할수록 매력 있더라고요. 살아남기 위한 곤충들의 기막힌 생존 전략, 작지만 힘을 합쳐 강자에 대항하는 모습이 신선했어요."

제작진은 희귀 곤충을 찾아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을 뒤지고 다녔다. 김진만 PD는 "곤충이 너무 작거나 빨라서 촬영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길앞잡이'다. 몸길이 20㎜로 크기도 작은데다 워낙 눈치가 빠르고 도망을 잘 다녀서 찍기가 어려웠다. "PD 두 명을 포함해 촬영팀이 총 11명이었는데, 나중에는 전부 카메라를 들었어요.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사냥의 명수 '여섯뿔가시거미'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허공에 거미줄을 쳐서 먹이를 잡아먹는 여느 거미와 달리, 이 거미는 철퇴 모양의 거미줄을 카우보이처럼 빙빙 돌려 낚시하듯 나방을 낚아챈다. "밤에만 움직이는데다 공기의 진동에도 민감해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꼼짝도 안 해요. 포기하고 자러 들어갔다가 새벽에 혹시나 해서 가보면 줄을 슬슬 돌리고 있어요. 얼마나 귀여운데요(웃음). 카메라를 급하게 세팅하면 또 멈춰요." 인내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이들은 여섯뿔가시거미의 놀라운 사냥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장수말벌과 꿀벌군대의 공중전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놓고 찍었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구도를 선택해 벌들의 전쟁을 보다 웅장하게 표현했다. 촬영 도중 제작진이 말벌에 쏘이는 사고도 벌어졌다. '아마존의 눈물' 때 흡혈 곤충 '삐융'에 심하게 물려 병원 신세를 졌던 김정민 PD가 이번엔 말벌에 머리를 쏘인 것이다.

"보호복이 있었지만 문제는 너무 두꺼웠어요. 기온이 35도라 덥기도 했고 몸이 둔해져서 카메라 조작이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무서우니까 보호복을 입고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겁을 잃어갔어요. 장갑을 벗고, 헬멧 벗고…. 장수말벌 한 마리가 김정민 PD 머리에 앉았는데 장수말벌 제거전문가란 분이 갑자기 모자로 머릴 내리쳤어요. 그때 딱 쏘였죠. 바로 응급실로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얼굴이 퉁퉁 붓고 혀가 마비돼 말도 못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말벌에 쏘인 것보다 모자 쇠붙이에 머리를 맞은 게 더 아팠다던데요(웃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