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예는 골품제로 고통받은 많은 인재들에게 큰일을 할 기회를 마련해 줬고, 나라의 제도를 잘 정비해 놓기도 했습니다. 그가 마련한 제도는 고려로 이어져 고려 건국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고려는 태봉(911년 궁예가 후고구려에서 바꾼 나라 이름)이 사용하던 광평성, 내봉성, 순군부, 병부라는 제도를 그대로 이어받았던 것이지요. 궁예가 없었으면 고려도 없었다는 말은 과장입니다. 하지만 왕건이 고려를 이끌어 가는 데 궁예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