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양은 유치원에 다니던 2012년 12월 부모님을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얼떨결에 골프를 배우게 됐다. "처음엔 아빠가 한 달만 배워보라며 등록해줬는데 재밌었어요. 더 하겠느냐고 물어봐서 한다고 했어요." 아버지 이기희(44)씨는 "주니어용 골프채가 땅에 끌릴 정도로 작았는데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하더라"며 웃었다.
지난해 5월 골프 아카데미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는 피아노도 미술 학원도 다 끊고 골프만 한다. "학교를 마친 뒤 매일 5~6시간씩 연습해요. 아카데미 들어가자마자 손에 물집이 생겼는데, 물집이 터졌다 생겼다 하다가 이제는 이렇게 됐어요." 정현양이 쑥스러워하며 굳은살 박인 손바닥을 내민다.
대회에 출전한 건 올 3월부터다. 18홀 대회의 경우 정규코스 거리는 7000야드(6400m) 안팎. 이동거리까지 합하면 7500야드 이상 걸어야 한다. 한번 도는데 최소 4~5시간이 걸린다. 이를 대비해 정현양은 2월 한 달간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받았다. "여행가는 기분으로 신나게 갔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내내 18홀을 걷고, 오후에는 추가 연습을 했어요. 골프도 힘들었지만 혼자 빨래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울면서 집에 전화하기도 하고. 몸무게가 2㎏나 빠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