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30 09:27:30
◇백제 멸망의 기운
이런 일을 앞뒤로, 백제 도성 안팎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백여우가 임금님의 밥상 앞에 앉았다면서?” “세상에! 난 암탉이 참새 소리를 내는 것을 봤다네. 도성 안의 우물물은 핏빛으로 변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네!” 백성들 사이에서 그런 말들이 오갔습니다. 그러더니 마침내 대궐에 귀신이 나타나 외쳤습니다. “백제는 망한다!” 그리곤 귀신은 땅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것을 보고 있던 의자왕은 귀신이 사라진 땅 밑을 파 보라고 시켰습니다. 그러자 그 속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거북이의 등에는 이런 글자가 써 있었습니다. ‘백제는 둥근 달이요, 신라는 초승달이다!’ 의자왕은 이것을 무당에게 보여 주며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둥근 달은 곧 기울어져 사라질 것이니 백제는 망한다는 뜻이고, 초승달은 점점 둥글게 차오를 것이니 신라가 크게 흥한 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의자왕은 무당을 칼로 베어 버렸습니다.
◇황산벌 전투
그러는 사이, 백제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했고, 마침내 나·당 연합군은 사비성 수십리 안쪽까지 이르렀습니다. 의자왕은 흥수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이 새삼 후회되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의자왕은 마지막 기대를 품고 계백을 불러 적을 막으라 일렀습니다. 이때 계백은 ‘살아서 적의 노비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라며 처자식의 목숨을 직접 거두고는 전쟁터로 나섰습니다. 이때 계백은 병사들에게 호소했습니다. “그 옛날 월왕구천은 5000의 군사로 70만 대군을 물리쳤다. 오늘 우리는 마땅히 승리해 나라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그리고 계백은 험한 지형을 먼저 차지한 후 세 진영으로 나누어 나·당 연합군에 맞섰지요. 백제군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습니다. 덕분에 황산벌에서 5000의 군사로 5만의 신라군을 맞은 백제군은 네 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